軍 “임박 징후 없지만 파병 준비 지속”…러시아서 실전 경험 축적 가능성
北미사일 정확도 개선 평가…美전문가 “이동식 부대 운용능력도 향상”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추가로 보낼 준비를 이어가는 것으로 우리 군 당국이 처음 공식 평가했다. 당장 파병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지만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는 실전 경험은 계속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제 미사일의 정확도가 개선된 정황이 나타난 데 이어 북한군이 드론 운용과 이동식 미사일 부대의 실전 전술까지 익힐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파병 규모 자체보다 이들이 러시아에서 무엇을 배우고 북한으로 돌아오느냐가 한반도 안보에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23일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북한의 파병 준비는 지속 실시되고 있으나 현재 추가 파병 임박 징후는 식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추가 파병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병력 이동 등은 아직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군 추가 파병설과 관련해 우리 군이 공식 평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2024년 10월 이후 러시아에 1만 6000명 이상을 파병하고 152㎜ 포탄으로 환산해 1500만 발이 넘는 포탄을 지원한 것으로 국방정보본부는 추산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9일 우크라이나가 제기한 추가 파병설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러시아 전쟁터가 北미사일 ‘실전 시험장’ 됐나
군 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북한군 병력만이 아니다. 러시아에 넘어간 북한제 무기도 실제 전쟁을 거치면서 달라지고 있다.
국방정보본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한 북한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실전 데이터 축적과 러시아의 자문·부품 지원 등을 통해 정확도를 비롯한 성능을 개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도 지난 14일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은 우크라이나전 초기 신뢰성과 정확도에 문제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측 자료에서는 KN-23의 오차가 초기 1~3㎞ 수준에서 이후 50~100m 수준까지 줄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38노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정확한 목표 지점을 알기 어렵고 공개 자료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존한다며 구체적인 수치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8노스는 단순한 미사일 개량보다 더 중요한 변화로 북한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꼽았다.
북한군은 러시아가 이동식 탄도미사일을 숨기고 이동시킨 뒤 발사하고, 우크라이나의 방공망과 반격을 피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북한의 KN-23 발사부대가 러시아에서 직접 작전에 참여한 정황도 있는 만큼 실제 전쟁에서 이동식 미사일부대를 운용하는 능력이 향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38노스는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 향후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전 이전보다 더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사일 자체의 파괴력뿐 아니라 발사대가 적의 공격을 피하고 재차 발사하는 ‘생존성’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방정보본부도 대남 타격용인 화성-11 계열 전술탄도미사일과 600㎜ 초대형 방사포가 대부분 개발 완료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기존 스커드 계열보다 정확도와 요격 회피, 대량 발사 능력을 높였으며 북한군 전방군단의 장거리 화력을 보강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북한이 최전방에 발사대 250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힌 신형 전술미사일은 아직 실제 작전 배치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
드론 전술까지 배운다…돌아오는 북한군이 변수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얻는 경험은 미사일에 그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당국은 최근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북한군에 약 400명 규모의 드론 부대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찰용 무인기를 운용하고 공격 임무에도 관여할 수 있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측은 보고 있다. CNN도 지난 21일 북한군의 새로운 특징으로 드론 운용 능력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북한군이 앞선 파병 때부터 러시아군과 함께 1인칭 시점(FPV) 드론과 정찰 드론을 운용하며 전술·기술 경험을 쌓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의 정예 드론 조직인 ‘루비콘 첨단무인기술센터’가 쿠르스크·수미 접경에서 활동해 온 만큼 북한군이 이들과 함께 작전할 경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축적한 드론 전술을 습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북한군은 현재 러시아 영토에서 주로 후방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전쟁을 거치며 드론 정찰과 공격, 미사일 운용, 전자전 대응 등 현대전의 핵심 기술을 익힐 기회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다.
ISW는 북한의 지속적인 병력·무기 지원이 북한군에 전선 경험과 무기 시험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해 왔다. 결국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러시아를 돕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군 자체의 전투 방식을 바꾸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아직 추가 파병이 임박했다는 징후를 확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파병 준비를 계속하고 러시아에서 쌓은 경험을 다시 북한군에 전파한다면 한반도에서 상대해야 할 북한군의 능력도 달라질 수 있다. 당장의 추가 파병 인원보다 러시아 전쟁터에서 축적된 기술과 전술이 북한으로 되돌아온 이후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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