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히잡 단속 재개 압박…카페·상점 잇따라 폐쇄
여성들은 노히잡 외출·오토바이 질주…대통령도 “강제로 바꿀 수 있나”
미국과의 전쟁과 경제난으로 이란 사회가 흔들리는 가운데 보수 강경파가 여성의 히잡 착용을 다시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활보하고 오토바이까지 몰며 규정을 거부하는 모습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도 대대적인 단속이 또다시 사회적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란 강경 성직자와 정치권에서는 최근 여성의 히잡 착용 규정을 다시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미국과의 충돌이 격화됐을 당시에는 정부와 보안당국이 전쟁 대응에 집중하면서 히잡 단속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졌다. 당시 정부 지지 집회나 국영매체에도 머리를 가리지 않은 여성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강경파는 히잡을 쓰지 않는 행위를 ‘공공의 나체’ 등으로 표현하며 단속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영매체도 복장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페와 상점이 폐쇄된 사례를 잇달아 전하고 있다.
CNN이 지난달 말 이란 매체 보도를 집계한 결과 테헤란을 비롯한 최소 6개 도시에서 복장 규정과 관련한 업소 폐쇄 사례가 확인됐다.
카페 문 닫고 SNS 차단…강경파 “히잡 단속 강화”
인권단체 HRANA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테헤란에서는 의무 히잡 규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페와 식당 최소 7곳이 폐쇄됐다. 복장 규정을 어긴 것으로 판단된 소셜미디어 계정들도 차단됐다.
이달에는 한 의류매장이 여성의 머리 노출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테헤란 검찰도 최근 일부 카페와 식당, 이른바 ‘비전통적’ 의류를 판매하는 상점의 복장 규정 위반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동부 남호라산주에서는 사회규범과 의무 히잡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카페 10곳이 폐쇄됐다.
강경파의 압박도 거세다. 테헤란 금요예배를 이끄는 모하마드 자바드 하지 알리 아크바리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조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경 성향 일간지 케이한도 히잡 규정 집행은 공무원들의 법적·종교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처벌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인기 가수 파라스투 아마디는 2024년 머리와 어깨를 드러낸 공연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한 혐의 등으로 지난 6월 밴드·제작진 8명과 함께 태형 74대와 출국금지 2년을 선고받았다.
이란에서는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 구금 중 숨진 뒤 ‘여성·생명·자유’를 내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섰지만 이후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히잡 규정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움직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히잡 없이 오토바이까지…대통령도 “강제로 바꿀 수 있나”
최근에는 여성들의 저항 방식도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히잡을 쓰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 헬멧만 착용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테헤란과 다른 도시를 달리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시라즈에서는 여성들이 스스로를 ‘오토바이 소녀들’이라고 소개했고, 이스파한에서는 약 20명의 여성이 함께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도 공개됐다.
거리에서도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테헤란에 사는 60대 여성은 CNN에 젊은 여성들이 짧은 상의와 반바지 등 다양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다니며 “머리쓰개는 사실상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여성들에게 다시 히잡을 강제로 씌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강제 단속에 공개적으로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최근 보수 성직자의 히잡 관련 발언을 언급하며 “법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정말 바꿀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자신의 딸과 의견이 다를 때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내가 강요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행동 변화는 문화와 믿음의 문제라며 “강제로 사람들에게 믿음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정치권에서도 전쟁과 물가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의원 골람알리 자파르자데 이마나바디는 정부가 히잡보다 인플레이션과 민생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매체에서도 히잡 단속 재개를 두고 ‘전쟁에 지친 국민을 자극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란 형법은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이슬람식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2024년에는 처벌과 감시를 더욱 강화한 법안도 마련됐지만 최고국가안보회의가 개입하면서 시행은 중단됐다.
CNN은 현재 이란 정권이 미국과의 충돌과 경제위기, 안보기구 재편 등 더 시급한 문제를 안고 있어 거리에서 대대적인 히잡 단속에 나서는 데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경파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여성들의 공개적인 저항까지 이어지면서 히잡 문제가 다시 이란 사회의 민감한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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