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함 겨냥한 이란 탄도미사일 공격에 유조선 5척 파괴로 맞대응
원유 ‘돈줄’까지 겨냥…호르무즈 충돌 다시 확전 국면
미국과 이란의 해상 충돌이 ‘당한 만큼 갚는’ 수준을 넘어 상대보다 더 큰 피해를 주는 보복전으로 번지고 있다. 미군은 이란이 선박 2척을 공격하면 이란 선박 3척을 타격하겠다는 원칙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는 8일(현지시간) 오만만에 있던 이란 원유 운반선 4척과 이란 최대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인근의 유조선 1척 등 모두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란이 이틀 동안 미 해군 함정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두 차례 발사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타격에 앞서 유조선 승무원들에게는 배에서 내리도록 지시했다.
이번 공격은 일회성 대응이 아니다. 미군은 지난 주말에도 이란이 미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을 노리자 이란 원유 운반선 3척을 타격했다. 이후 이란이 다시 미 군함을 겨냥하면서 미군의 공격 규모도 3척에서 5척으로 커졌다.
NYT는 미군 당국자들이 이란이 선박 2척을 공격할 때마다 이란 선박 3척을 타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상대보다 더 큰 피해를 돌려줘 추가 공격을 억제하려는 일종의 ‘3대2 보복’ 전략인 셈이다.
3척 때렸는데 또 공격…결국 5척으로 커진 보복
문제는 이 같은 보복 원칙이 아직 이란의 공격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5일부터 미 항공모함과 구축함, 해병대 함정 등을 향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군은 공격이 모두 실패했다고 밝혔지만 일부는 미 함정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유조선 5척을 파괴한 뒤 쿠웨이트와 바레인 인근 유조선에 승무원들을 대피시키라고 경고했다. 두 나라는 모두 미군이 주둔한 곳이다.
이어 이란은 요르단의 미군 기지를 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미 해군 구축함 2척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이 주장에 즉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양측은 지난 주말에도 비슷한 보복을 주고받았다. 미국이 이란 선박 3척을 타격하자 이란은 추가로 선박 6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공격과 보복이 반복될수록 표적 숫자까지 늘어나는 양상이다.
미국이 군함 공격에 유조선으로 대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에 타격한 선박들이 이란 혁명수비대와 친이란 무장세력에 자금을 공급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그림자 네트워크’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은 이란의 군사력뿐 아니라 원유 수출을 통해 들어오는 자금까지 동시에 압박하겠다는 계산이다.
돈줄 죄려던 트럼프…다시 군사 충돌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대이란 전략의 무게중심을 직접 군사 공격에서 경제 압박으로 옮기려 했다.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강화하고 제재를 확대해 원유 수출과 무기 개발 자금을 말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충돌이 다시 잦아지면서 이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
이란은 미국의 봉쇄로 경제적 압박을 받으면서도 선박과 미 군함을 계속 겨냥하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에 맞서는 것이다.
미국 역시 공격을 당할 때마다 더 큰 규모로 응징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의 선박 공격을 억제하려고 만든 ‘3대2’식 보복 원칙이 오히려 양측의 타격 규모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NYT는 미국과 이란이 상대의 핵심 약점을 압박하면서도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아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실상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군은 현재 중동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군함 19척을 투입한 상태다. 이란이 군함과 상선을 계속 공격하고 미국이 더 큰 규모의 선박 타격으로 맞설 경우, 최근 한 달가량 잦아들었던 양국의 군사 충돌이 다시 본격적인 확전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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