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후티가 장악한 모카공항 직접 타격…피해 규모는 아직 확인 안 돼
후티는 마윤섬 장악하고 두바브까지 진출…모카 일대 4만 6000명 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후티 반군을 직접 타격해 달라고 요청했던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결국 자체 군사 행동에 나섰다.
미국이 예멘 전쟁에 직접 뛰어드는 데 선을 그은 사이 사우디는 후티가 최근 빼앗은 모카공항을 공습했다. 그러나 후티는 같은 날 바브엘만데브 해협 안의 마윤섬을 장악하고 해협에 바로 붙은 두바브까지 진출했다. 사우디가 공중에서 반격에 나섰지만 지상에서는 후티가 오히려 홍해의 핵심 길목까지 세력을 넓힌 셈이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군은 이날 예멘 서부 모카공항을 공습했다. 후티가 사우디 지원 예멘 정부군을 밀어내고 모카를 점령한 지 하루 만이다. 공습에 따른 사상자는 즉각 보고되지 않았다.
앞서 빈살만 왕세자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미군이 후티를 직접 공격해 달라고 요청했다. 악시오스는 미국이 사우디 지원을 확대하면서도 직접 군사 개입은 피하려 한다고 전했다. 불과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사우디가 후티와의 충돌을 자체적으로 관리하려 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사우디는 모카 때렸지만…후티는 해협까지 진출
사우디가 공습에 나선 시점에 후티의 지상 공세는 한발 더 나갔다.
AP는 예멘 정부 측 고위 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정부군이 철수한 뒤 후티가 마윤섬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페림섬으로도 불리는 마윤섬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안에 있다.
로이터는 이날 후티 병력이 마윤섬 맞은편의 두바브까지 도달했다고 전했다. 두바브는 예멘 본토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직접 접한 지역이다. 예멘 정부 관계자들은 두바브와 마윤섬을 확보하는 것이 해협 통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전황 변화 속도도 빠르다. 불과 하루 전 후티는 모카에서 약 75~80㎞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상태였지만 이제는 해협 자체에 닿았다. 후티로서는 최근 수년간 가장 큰 영토 확장 가운데 하나다.
민간인 피해도 커지고 있다. AP에 따르면 최근 전투가 격화한 모카 일대에서 4만 6000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다. 후티의 진격이 단순한 군사 거점 확보를 넘어 예멘 내전의 전면 재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호르무즈 피해 홍해로 돌렸는데…또 막힐라
바브엘만데브는 사우디에 단순한 예멘 전선이 아니다. 이란과의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위축되자 사우디는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육상 송유관으로 서부 얀부까지 보내 홍해를 통해 수출해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브엘만데브에는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7%가 지나간다. 후티는 이미 사우디 선박에 대한 통항 금지를 선언한 상태다. 과거 후티의 선박 공격 이후 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량은 약 60% 감소했다.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호르무즈 통항이 불안해진 뒤 한국 역시 사우디 서부 얀부항에서 출발해 홍해를 거치는 우회 항로로 원유를 들여온 사례가 있다. 후티가 마윤섬과 두바브를 발판으로 바브엘만데브 통항을 압박하면 한국행 원유 수송의 보험료와 운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시장은 이미 중동의 두 해협을 동시에 주시하고 있다. 11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고 이번 주 상승률은 8%를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호르무즈와 홍해를 둘러싼 공급 차질 우려가 유가에 반영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후티와의 새로운 전쟁에 직접 뛰어들지 않으려 하지만 사우디가 마주한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사우디는 모카공항을 공습하며 후티의 남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 날 후티는 마윤섬을 빼앗고 두바브까지 진출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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