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비밀 핵시설로 지목하고 공격 가능성을 예고한 이란의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에서 최근 들어 건설 활동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CNN 등 현지 언론은 9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인용해 “곡괭이산이 단순한 굴착 단계를 넘어 지하 내부시설 건설과 출입구 보강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SIS가 9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곡괭이산 일대의 위성·레이더 영상을 분석한 결과 올해 도로 활동이 관측 이래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터널 출입구를 높이고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을 비롯해 내부 도로 포장, 출입구 주변 보강, 굴착 과정에서 나온 흙과 암석을 치우는 작업 등이 집중적으로 포착됐다.
이와 관련해 CSIS는 “굴착에서 내부 건설과 지속적인 외부 보강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이란은 핵무기 갖지 못한다” 재차 강조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만약 그곳(곡괭이산)에서 뭔가 진행되고 있다면 우리는 곧 그곳을 타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9·11 테러 추모 행사가 열린 지난 8일에도 행사 연설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원했고 핵무기를 얻는 데 매우 가까이 있었지만 이제는 핵무기를 얻을 가능성이 없어졌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나온 CSIS 분석에서는 실제로 이곳의 건설 활동이 급증한 정황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곡괭이산의 공사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이 이번 CSIS 보고서의 핵심으로 꼽힌다.
앞서 2020년 곡괭이산에서는 대규모 굴착과 부지를 조성하는 공사가 시작됐으나 2024년 이후 공사는 상대적으로 잦아들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곡괭이산 주변 모든 주요 도로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2월 28일 이란 전쟁 개전 이후에도 여러 차례 확인됐다.
지난 7월과 8월 촬영한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보면 콘크리트 포장과 출입구 강화, 굴착토 제거 등의 작업이 진행된 것을 볼 수 있다. CSIS는 이를 두고 “지하 공간을 파는 단계를 넘어, 실제 내부 시설을 구축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CSIS는 “건설 활동만으로는 우라늄 농축이나 핵무기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며 신중한 기조를 보였다.
이란, 곡괭이산 지하에 뭘 만들고 있나CSIS는 곡괭이산 주변의 활발한 공사가 곧 핵무기 개발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실제로 이란이 곡괭이산 지하에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CSIS는 ▲이란이 밝힌 원심분리기 조립시설이 들어설 가능성 ▲이란이 보유한 약 440㎏의 60% 농축 우라늄을 무기급으로 추가 농축하기 위한 시설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이스파한의 핵 관련 연구·시설 일부를 옮기기 위한 시설 등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지난해 가을 이란이 원심분리기와 관련 부품을 곡괭이산으로 옮겼다는 첩보를 미국 정보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CSIS는 해당 첩보와 관련해 “이번 영상 분석으로 보아 이스라엘의 당시 주장을 입증하거나 반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현재로서는 곡괭이산에서 우라늄 농축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 공사가 진행 중인 데다 내부 보안이 강화된 흔적이나 건설과 무관한 차량·장비들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만약 농축시설이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이 지하시설이 농축 작업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벙커버스터도 뚫기 어렵다는 곡괭이산전문가들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곡괭이산에 연일 주목하는 이유는 해당 지역이 벙커버스터 폭탄의 위력도 미치지 못한다는 일각의 평가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때도 직접 타격을 받지 않은 주요 핵 관련 목표물로 꼽히는 곡괭이산은 단단한 화강암 암반층 아래 구축돼 있어 벙커버스터도 뚫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해당 부지의 위성사진을 검토한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샘 레어 연구원은 “이란이 터널 입구의 강도를 높여 벙커버스터와 같은 무기를 통한 타격을 복잡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곡괭이산은 수년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감시를 받아왔다”면서 “하지만 곡괭이산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다. 이는 향후 미국의 공습에도 도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도 “곡괭이산은 방어 이점이 있어 이제까지 한 번도 공격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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