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주유소가 이른 새벽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른 새벽 키이우의 한 주유소로 드론이 날아들면서 한 명이 부상했다. 키이우에 있는 다른 지역의 창고 시설도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을 인용해 “최근 러시아가 키이우의 주유소를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공격 대상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지난 몇 달 동안 러시아는 주로 우크라이나 최전선 지역 또는 그 인근에 위치한 약 300개의 주유소를 공격했지만 근래에는 수도 키이우의 주유소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러·우, 에너지 시설 공격 멈추기로” 주장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던 중 “젤렌스키는 한 가지를 해야 한다. 러시아의 경유 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목표물이 많이 있으니 디젤 연료는 타격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경유 부족 사태는 중동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이란 전쟁이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인 14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에너지 목표물을 타격하지 않는 데 동의했다”며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의 주유소를 겨냥한 드론 공습을 감행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현실과 다르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겨울이 오기 전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에 합의할 뜻이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 중단을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멈출 경우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공격을 중단할 것이냐는 질문엔 답변을 피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불신’을 한껏 드러냈다.
F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파트너들이 러시아의 실질적 공격 중단을 보장한다면 우크라이나도 상응하는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러시아가 어떤 합의든 지킬 의지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휴전은 신뢰할 수 있고 장기적이며 실제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촉구에도 정유시설 강타한 우크라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된 공습을 보이기에 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정유 시설을 공격하지 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촉구에도 초대형 공습을 감행했다.
유나이티드24 등 현지 언론의 지난 13일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밤사이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니즈네캄스크에 있는 타네코 정유 시설을 공격했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공습으로 정유 공장의 저장 탱크 중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격을 받은 타네코 정유 시설은 러시아의 주요 석유 처리 단지 중 하나로 휘발유와 디젤, 항공유, 선박 연료와 기타 석유 제품을 생산해 왔다. 2010년 초 가동을 시작한 이후 처리 용량을 크게 확장하면서 2022년에는 약 1620만t에 달하는 원유를 처리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전날 밤에도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역에 있는 슬라뱐스키 정유 시설을 공격해 해당 시설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이 정유 시설은 연간 약 520만t의 원유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군에 원유를 공급해 온 시설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서민 물가와 직결된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반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난이 심화한 데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경유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의 정유 시설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최근 미국의 경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송현서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