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부총리 “러 앞에서 나토 고강도 훈련하자”
-“칼리닌그라드로 병력 재배치하도록 유도”
-러시아 국경 주변에 한국산 무기 깔리는 이유
폴란드가 러시아 영토 인근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고강도 군사훈련을 벌이자고 촉구했다.
영국 더 타임스 등 외신의 지난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국제회의 ‘얄타 유럽전략’(YES)에서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 인근의 나토 군사훈련을 제안했다.
그는 “칼리닌그라드에는 러시아 병력이 거의 없다”면서 “나토 회원국 영토에서 훈련 강도를 높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가 어떤 행동을 할지 확신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병력을 칼리닌그라드 방어에 돌리도록 압박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러시아 역외 영토다. 러시아는 1945년 소련이 독일로부터 점령한 뒤 오랫동안 발트해에서 러시아의 유일한 부동항 역할을 해 온 칼리닌그라드에서 나토를 견제하기 위한 군사 훈련을 꾸준히 실시해 왔다.
다만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칼리닌그라드에는 최대 1만 8000명 규모의 지상군 전력이 배치돼 있었지만 전쟁 이후 크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폴란드가 칼리닌그라드에서 나토의 고강도 군사훈련을 촉구한 배경에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작전’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과 방화, 드론·폭탄 공격 등을 섞어 유럽을 겨냥하는 하이브리드전은 최근 유럽 곳곳에서 공공장소를 겨냥한 사보타주로 이어지고 있다.
푸틴 코앞에 한국산 무기 배치한 동유럽 국가폴란드는 이미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와 맞닿은 국경 지역에 한국의 K2 전차를 포함한 한국산 무기를 다수 배치해 놓은 상태다.
지난달 말 폴란드에 인도된 K2 전차 28대는 1년여 전인 2025년 8월 1일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것으로, 전량이 모두 칼리닌그라드에 실전 배치됐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지난달 25일 “한국 K2 전차의 이번 신규 물량 인수는 폴란드의 방위 태세를 확고히 다지고 국내 방산 생산 역량을 확장하는 결정적 계기”라며 “새로 도착한 전차들은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국경을 방어하는 최전방 핵심 부대인 제16포메라니아기계화사단에 즉시 실전 배치된다”고 밝혔다.
폴란드와 함께 나토 회원국인 노르웨이 역시 지난달 말 북부 최전선인 포르상모엔에 있는 핀마르크 여단 내에 신규 포병대대를 창설하고, 155㎜ K9 비다르 자주포 대대를 초기 전력으로 4문의 K9 자주포를 배치받아 운용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노르웨이는 2030년까지 사거리 500㎞의 미사일을 탑재한 한국산 다연장 로켓 시스템 K-239 천무 16대도 도입할 예정이다. 노르웨이가 도입하는 천무 역시 K9 자주포와 마찬가지로 국경 지역에 신설되는 별도의 신규 포병부대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노르웨이가 도입한 한국산 무기 대부분을 러시아 국경과 맞닿은 지역에 전력 투입하는 셈이다.
에스토니아도 기존 미국산 하이마스에 더해 천무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2026년에는 추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토니아가 향후 천무를 인도받고 실전 배치할 지역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동부 국경이 러시아와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노르웨이·핀란드의 사례를 따라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러시아 턱밑에 쌓이는 한국산 무기들, 왜?폴란드와 노르웨이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 턱밑에 한국산 무기를 배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안보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노르웨이 등은 칼리닌그라드·콜라반도 등 러시아의 핵심 군사 거점과도 가까운 탓에 유사시 적의 후방과 주요 군사시설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이 절실해졌다.
한국산 무기는 성능뿐 아니라 납기와 대량 공급 능력을 강점으로, 유럽 국가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 지원 과정에서 줄어든 무기고를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 방산업체들은 이미 상당한 주문량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방산업체들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고 현지 생산과 기술협력까지 추진할 수 있어, 급격히 전력을 확충하려는 동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의 요구에 잘 맞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폴란드 등 러시아와 인접한 유럽 국가의 불안이 가중하는 상황에서 폴란드 부총리의 주장은 한국 무기가 러시아의 ‘군사적 고려 사항’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 10일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에 “최근 몇 년간 한국 방위산업 제품의 나토 국가 수출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를 향해 전개된 나토의 ‘동부전선’에 대한 수출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앞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도 지난 7월 이석배 주러 한국 대사와 만나 “한국이 나토의 질적·양적 재무장 과정의 사실상 공범이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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