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필리핀 남성 “박왕열 몰라…재미로 매달렸을 뿐”
현지 호텔선 한국인 ‘Mr. Kim’ 투숙 확인…경찰, 관련자 추적
필리핀에서 ‘마약왕’ 박왕열의 탈옥을 돕기 위해 대형 드론에 매달려 시험 비행을 한 조력자로 알려진 현지 남성이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며 공모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친구들과 수영을 하러 갔다가 처음 본 한국인이 띄우던 드론에 호기심이 생겨 자원해서 매달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필리핀 GMA뉴스는 20일(현지시간) 탐사 프로그램 ‘카푸소 모, 제시카 소호’를 통해 지난 3월 옥시덴탈민도로주 사블라얀의 한 항구에서 촬영된 대형 드론 비행 영상을 추적 보도했다.
영상에는 ‘NJ’로 소개된 필리핀 남성이 대형 드론에 매달려 바다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장면은 이후 한국에서 박왕열의 탈옥을 위한 사전 연습 장면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NJ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친구들과 항구에서 수영하던 중 한 한국인이 대형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당시 이 한국인은 드론이 최대 75㎏의 사람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고, NJ가 직접 타보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NJ에게 몸을 드론에 연결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움직이거나 손을 놓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드론은 실제 NJ를 바다 위로 들어 올렸고 그는 이후 물속으로 떨어졌다.
“공범이면 진작 잡혔을 것”…국내 보도와 정면 배치
NJ는 당시 비행에 대해 “친구들과 드론이 사람을 들 수 있는지 재미로 시험해본 것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드론을 운용한 한국인과도 이전에 알던 사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상이 한국에서 박왕열의 탈옥 계획과 연결돼 보도된 뒤 자신이 조력자로 지목된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공범이었다면 이미 체포됐을 것”이라며 탈옥 계획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비행이 박왕열의 탈옥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용당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박왕열이 국내 임시 인도를 앞두고 약 1억원을 들여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 드론으로 탈옥을 준비했고, 현지 조력자가 시험 비행을 하던 모습이 공개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그러나 필리핀 교정국은 최근 모든 교정 시설이 드론 비행 금지 구역이며 감시탑과 폐쇄회로(CC)TV가 가동되고 있어 사람을 매단 대형 드론이 접근하면 곧바로 적발됐을 것이라며 실제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호텔엔 한국인 ‘Mr. Kim’ 18일 투숙…경찰 관련자 추적
현지 취재에서는 또 다른 한국인의 흔적도 확인됐다.
GMA 취재진이 찾아간 현지 호텔은 당시 한국인 투숙객이 있었으며, 이 남성이 자신을 ‘미스터 김(Mr. Kim)’이라고 소개했다고 밝혔다. 그는 호텔에서 18일간 머물렀고 숙박비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드론 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사람의 가족은 영상 공개 이후 한 한국인 남성이 여러 차례 찾아와 촬영자를 찾았다고 증언했다. 다만 이 남성이 드론을 운용한 한국인 또는 박왕열 측 인물과 동일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블라얀 경찰은 박왕열의 탈옥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해 필리핀 교정 당국과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탈옥 계획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들의 신원과 행방을 확인하고 있다.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복역하다 지난 3월 마약 사건 재판을 받기 위해 한국으로 임시 인도됐다. 그는 필리핀 수감 중 두 차례 탈옥한 전력도 있다.
결국 대형 드론이 실제 사람을 들어 올린 사실은 확인됐지만, 영상 속 남성이 박왕열의 조력자였는지, 해당 비행이 실제 탈옥 계획을 위한 시험이었는지는 아직 필리핀 당국의 수사로 확인되지 않았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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