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태양계의 8개 행성과 그 위성, 소행성을 자비롭게 비추는 엄마별이다. 하지만 50억 년 후에는 지금의 수백 배로 부풀어 올라 주변에 있는 수성과 금성을 집어삼키게 될 예정이다. 이렇게 별이 마지막에 부풀면서 붉게 변하는 상태를 적색거성이라고 하는데, 태양 정도 질량을 지닌 별이 나이가 들면 피할 수 없는 마지막 과정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그 이외의 경우에도 별이 행성을 잡아먹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별이 행성을 삼키는 과정을 직접 포착할 순 없지만, 별의 화학 구성을 분석해 행성을 삼켰을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별이 서로의 질량 중심을 공전하는 쌍성계는 보통 같은 성운에서 태어난 형제별이기 때문에 화학적 구성이 거의 똑같다. 그런데 만약 한쪽에 행성에 풍부한 무거운 원소가 많다면 이 별이 행성을 집어삼켰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만 수치가 애매한 경우에는 그냥 형제별 사이의 차이인지, 진짜 행성을 집어삼킨 결과인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천문학·지구물리학·대기과학 연구소(IAG-USP)의 앤 라트삼과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USP)의 국제 과학자 팀은 별이 행성을 삼켰음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스모킹 건(확실한 증거)으로 ‘베릴륨’(Beryllium)을 지목했다.
수소와 헬륨을 제외한 나머지 원소들은 사실 별의 핵융합 반응이나 초신성 폭발을 통해 2차적으로 생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서도 붕소와 베릴륨은 조금 특이한 원소다. 베릴륨과 붕소는 핵융합 과정이 아니라 우주에 있는 고에너지 입자가 탄소, 질소, 산소와 같은 더 무거운 핵을 조각내서 생성된다. 따라서 사실은 소행성이나 행성에서 유래한 원소인 셈이다.
연구팀은 유럽남천문대(ESO)의 초대형 망원경(VLT)에 설치된 UVES 분광기로 물리적, 화학적, 자기적 활동 특성이 태양과 매우 유사한 두 개의 태양 비슷한 별로 이루어진 쌍성계를 관측했다. 그리고 그중 ‘HD 129171’과 ‘HD 129209’ 쌍성계에서 HD 129171이 암석형 행성을 구성하는 원소가 풍부하다는 사실과 행성 섭식의 결정적인 스모킹 건인 베릴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베릴륨과 다른 원소의 양을 측정해 HD 129171이 지구 질량의 11배 정도 되는 암석형 행성을 흡수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하나의 큰 행성을 흡수한 결과일 수도 있고 여러 개의 작은 행성과 소행성을 흡수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별이 흡수한 행성의 질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별이 부풀어 오르기 전에도 행성을 흡수하는 이유는 행성 간의 중력 상호 작용이나 동반성의 중력 상호 작용으로 인한 궤도 간섭이 가장 큰 이유로 생각된다. 베릴륨과 다른 원소를 측정하면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고 태양계 이외의 다른 행성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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