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매체 “北보다 5년 늦어”…韓 HGV 성능 의문 제기
첫 시험 시점 차이와 실제 기술 격차는 별개
한국이 자체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중국 관영매체는 북한보다 기술 개발이 늦었다며 성과를 낮게 평가했다. 특히 한국이 구체적인 비행속도와 사거리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실제 성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시험 시점의 차이가 곧 실전 능력의 격차를 의미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2일(현지시간) 한국의 첫 극초음속 무기 시험발사가 어떤 신호를 보냈는지 분석한 기사에서 한반도의 첨단무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체는 한국 언론이 이번 시험을 무기 개발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한 것과 달리 해외 군사매체들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워치매거진(MWM)의 10일 보도를 인용해 북한은 2021년 9월 극초음속 활공무기를 처음 시험했지만 한국은 5년이 지나서야 첫 시험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한국이 극초음속 활공 기술을 확보한 소수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제 군사적 능력을 판단하기에는 공개된 정보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北보다 5년 늦었다는 中…실제 기술 격차도 그만큼 벌어졌나
북한은 2021년 9월 화성-8형 극초음속 미사일의 첫 시험발사를 발표했다. 이후 다양한 형태의 극초음속 무기를 공개하며 관련 기술을 발전시켰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3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 탄두를 탑재한 중거리 전략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미사일이 1000㎞를 비행했다고 주장했지만, 한국군은 700㎞ 이상으로 평가했다.
북한은 12일에도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미사일이 900㎞ 이상 비행했다고 발표했으나 정확한 기종과 극초음속 기동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는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어 군의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북한에 추가 도발 중단을 촉구했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이번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 상황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엄중한 행위로 규정했다.
이처럼 북한은 한국보다 먼저 극초음속 무기 시험에 나섰고, 이후에도 발사를 거듭하며 관련 능력을 과시해 왔다. 그러나 첫 시험 시점이 약 5년 차이 난다고 해서 실제 기술력도 그만큼 벌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극초음속 무기의 성능은 속도와 비행거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속 비행 중 궤도를 바꾸는 능력과 명중 정확도, 반복 시험을 통해 확보한 운용 신뢰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북한은 여러 차례 시험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하지만, 공개된 자료만으로 변칙 기동 능력과 실전 운용 수준을 독립적으로 검증하기는 어렵다.
결국 북한의 시험 이력과 한국의 첫 HGV 시험 성공만으로 양국 무기체계의 기술적 우열을 단정할 수는 없다.
속도·사거리 미공개는 사실…한국이 실제 입증한 기술은
중국 매체가 지적한 정보 부족 문제에는 근거가 있다.
미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은 9일 한국 정부가 공개한 사진을 분석하면서 활공체가 원뿔형에 가깝지만 쐐기형 구조일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진 해상도가 낮아 정확한 형상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최고 속도와 실제 비행거리, 비행 중간 및 종말 단계의 유도 방식 등을 공개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런 정보가 없으면 무기체계의 구체적인 성능을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시험의 기술적 성과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청와대는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HGV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시험체는 목표 고도에 도달한 뒤 추진체에서 분리됐으며, 저고도에서 상하좌우로 궤도를 바꾸는 불규칙 활공비행을 수행했다. 이후 지정된 목표 지점에도 정확히 탄착했다.
정부는 이번 시험을 통해 극초음속 비행 환경에서 필요한 초고온 내열 소재와 유도·제어 능력, 변칙 기동 기술을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이 단순히 빠른 미사일을 발사하는 단계를 넘어 추진체에서 분리된 활공체를 제어하는 핵심 기술의 실제 비행 검증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다만 첫 시험 성공이 곧 실전 배치를 뜻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다양한 비행 조건에서 반복 시험을 수행하고 정확도와 신뢰성을 확인해야 한다. 실제 군사작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발사체계와 표적 탐지·지휘통제체계를 통합하는 과정도 남아 있다.
환구시보 역시 한국의 기술적 진전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시험이 한반도 군비 경쟁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중국 매체가 강조한 ‘5년 차이’는 공개된 첫 시험발사 시점을 비교한 숫자다. 한국과 북한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높은 실전 성능을 확보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양측의 실제 비행 성능과 전력화 수준을 판단하려면 추가 시험 결과와 검증 가능한 자료가 필요하다.
윤태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