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장보고N개발단’ 신설·원자력 전문가 채용
HD현대도 잠수함 인력 확충…한미 핵연료 협상 등 변수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첫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나선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가 정부 발주에 앞서 전문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 핵연료 협상과 국제 검증 절차 등 과제가 남아 있지만 한화오션은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HD현대중공업도 핵잠을 포함한 잠수함 사업에 대비해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12일 정부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사업인 ‘장보고 N사업’에 대비해 원자력 추진 함정 분야 경력직 채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근 신설한 ‘장보고N개발단’을 중심으로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정부와 해군 등 관계 기관과의 협력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채용 분야는 원자력·추진체계 연동 설계, 배관 배치·응력 해석, 계측제어(I&C) 연동 설계, 원자력 인허가·안전 규제, 원자력 품질 등 5개다. 관련 분야 경력 5년 이상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오는 25일까지 지원받는다.
정부는 지난 5월 한국의 첫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대 중반 선도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 전력화한다는 목표다.
북핵 잠수함 위협에 대응…한미 핵연료 협상이 관건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추진하는 핵심 이유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중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핵추진잠수함은 소형 원자로에서 얻은 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한다. 기존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보다 장기간 잠항하고 높은 속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북한 잠수함을 감시·추적하는 작전에도 유리하다.
미국도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핵연료 확보와 구체적인 기술 협력 조건을 확정하려면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을 핵잠 원자로 연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핵무기를 탑재하는 전략핵잠수함이 아니라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핵추진잠수함을 개발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제 핵비확산 체제와의 관계도 중요한 변수다. 한국은 지난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포괄적 안전조치협정 제14조에 따른 별도 약정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의향을 공식 통보했다.
호주 역시 미국·영국과의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통해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추진하면서 IAEA와 별도 검증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한국도 군사기밀을 보호하면서 핵물질이 핵무기 개발에 전용되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 제도 정비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핵추진잠수함의 획득·운영과 안전 관리 등을 규율하는 특별법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다만 법률 제정과 세부 사업 계획 확정 등 후속 절차는 남아 있다.
원자로 넣으면 끝?…HD현대도 전문인력 확충
이처럼 국제 협상과 제도 정비가 진행되는 사이 조선업계는 핵잠 건조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은 기존 디젤잠수함에 원자로만 추가하는 작업이 아니다. 좁은 선체 안에 원자로와 추진체계, 냉각계통 등을 통합하면서 안전성과 정비 편의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특히 잠수함은 급선회와 급기동, 외부 폭발 충격 등 특수한 환경에서 운용된다. 원자로와 배관, 제어장치가 이런 조건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하고 검증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한화오션은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장보고-I·II·III 잠수함 건조에 참여하며 관련 경험을 쌓았다. 이번 원자력 전문 인력 채용은 기존 잠수함 건조 역량을 핵추진체계 통합 분야로 넓히기 위한 준비다.
HD현대중공업도 움직이고 있다.
취재 결과 HD현대중공업은 핵추진잠수함뿐 아니라 수출용 잠수함 등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개발과 엔지니어링 분야 인력을 상시 채용하며 관련 기술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아직 핵잠 건조업체나 구체적인 사업 참여 방식을 확정하지 않았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사업에 참여할지, 분야별 협력 방식이 적용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한국 첫 핵잠 개발은 조선사의 건조 능력뿐 아니라 한미 핵연료 협상과 국제 핵비확산 체제, 원자력 추진체계의 안전성 확보가 맞물린 국가 전략 사업이다.
정부가 실제 발주에 착수하기 전부터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향후 사업이 구체화하면 축적한 잠수함 건조 경험을 원자력 추진기술과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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