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서 유조선 ‘DF 피크’ 승선 검문
헬기서 밧줄 타고 갑판 강하…영상 공개
가짜 국기 의혹 확인 후 호송·조사
인도양을 항해하던 대형 유조선 위로 프랑스 해군 헬기가 나타났다. 헬기에서 내려온 해군 대원들은 밧줄을 타고 갑판에 진입했다. 러시아의 서방 제재 회피에 이용되는 이른바 ‘그림자 함대’ 소속으로 의심되는 유조선을 프랑스군이 검문하는 장면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프랑스 해군이 유조선 ‘DF 피크’(DF Peak)에 승선해 검문했다고 밝히고 작전 영상을 공개했다.
작전은 인도양의 프랑스령 레위니옹섬에서 남쪽으로 450해리(약 833㎞) 이상 떨어진 해상에서 이뤄졌다. 프랑스군은 해당 선박이 허위 국기를 내걸고 불법 연료 운송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헬기가 유조선 상공에 머무는 동안 군인들이 밧줄을 타고 갑판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담겼다. 군사 전문 매체 네이벌뉴스는 작전에 투입된 헬기를 프랑스 해군 제34F 항공대 소속 AS365 도팽 N3 기종으로 분석했다.
헬기서 갑판으로 강하…선박 국적 서류 이상 확인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전 세계 어디서든 그림자 함대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이번 작전은 해양 국제법을 준수하면서 불법 거래를 막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프랑스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해군은 유엔해양법협약 제110조에 근거해 이번 작전을 진행했다. 해당 조항은 공해상에서 선박의 국적이 없거나 허위 국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의심할 합리적 근거가 있을 때 군함의 승선 검문을 허용한다.
DF 피크는 당시 서아프리카 베냉 국기를 달고 항해했다. 프랑스군은 선박에 올라 관련 서류를 확인한 결과 국기 사용의 적법성에 문제가 있다는 기존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당국은 검찰의 요청에 따라 유조선의 항로를 변경하도록 조치했다. 해군은 선박을 레위니옹섬 인근 정박지로 호송해 추가 사법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트린 보트랭 프랑스 군사부 장관은 작전에 참여한 해군 장병들의 협력과 전문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름·국기 여러 차례 바꾼 유조선…러 ‘그림자 함대’ 의혹
DF 피크는 2006년 건조된 대형 유조선으로 길이 약 244m, 재화중량 약 11만t 규모다. 과거 ‘NS 캡틴’이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해운사 소브콤플로트와 관련된 운항 이력을 갖고 있다.
이후 2024년 ‘칼리닌그라드’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국기를 달았으며, 2025년에는 DF 피크로 이름을 바꾸고 베냉 국기를 사용했다. 유럽연합(EU)은 이 선박을 러시아 그림자 함대와 연관된 제재 대상에 올렸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HUR)도 이 유조선이 러시아산 원유 운송에 관여했고 소브콤플로트와 연관돼 있다고 지목했다.
그림자 함대는 러시아가 서방의 원유 수출 제재와 가격 상한제를 우회하는 데 활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을 가리킨다. 복잡한 소유 구조와 잦은 국적 변경 등을 통해 실제 운항 주체와 화물의 출처를 숨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프랑스는 지난 6월에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인근에서 러시아 그림자 함대와 연관된 유조선 ‘딜리버’(Deliver)를 검문했다.
다만 DF 피크가 이번 항해에서 실제로 어떤 화물을 운송했는지, 제재를 위반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프랑스 당국은 선박 국적과 운송 활동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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