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베네수엘라가 또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당긴다.
13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을 시작하기로 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경제가 활성화된다”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이 행복해지기 때문에 올해는 11월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선언한 날짜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공식적으로 개막하면 베네수엘라 각지에선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는 등 장식물이 설치된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축제도 곳곳에서 열린다. 또한 취약 계층에겐 크리스마스 지원금이 지급되고 식료품 배급도 확대된다.
베네수엘라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당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시즌 앞당기기의 원조는 미국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이다. 2013년 집권한 그는 국민의 환심을 사거나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크리스마스 시즌을 두 달 이상 앞당기곤 했다.
마두로 전 대통령은 미국이 카리브해에 군사력을 전개하고 베네수엘라를 압박하던 2025년에도 크리스마스 시즌 공식 개막을 10월 1일로 앞당겼다. 마두로 전 대통령은 당시 “국민이 더 오랫동안 행복해질 수 있도록 (크리스마스 시즌을 늘리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미국의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마두로 당시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돌파구를 찾으려고 또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마두로 전 대통령은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보낸 지 8일 만인 올해 1월 3일 미국에 체포돼 뉴욕으로 압송됐다.
현지 언론은 “마두로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마두로 전 대통령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면서 “마두로는 10월, 로드리게스는 11월로 시차가 있지만 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목적엔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베네수엘라의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투자 미흡과 관리 부실로 낙후된 송전 시스템이 위기에 봉착해 정부가 에너지 절약 플랜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선 매일 단전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전기가 나가면 7~12시간 전력 공급이 재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장시간 정전이 반복되자 베네수엘라 각지에선 규탄 시위가 열린다. 주민들은 곳곳에서 ‘우리는 전기를 원한다’고 적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다.
최근 타치라 지역에선 정전이 4일간 지속되자 성난 주민들이 타이어를 불태우면서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여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정부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당기기로 한 건 정전 때문에 불타는 민심을 다독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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