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SW “올해 확인된 점령지 약 100㎢ 불과”
러 총참모장 전과 보고도 반박…친러 블로거들 비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 6500㎢를 점령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전황과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군 수뇌부의 승전보에 평소 전쟁을 지지하던 친러시아 군사 블로거들까지 조롱을 쏟아내면서 전과 부풀리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데일리비스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러시아 합동군 지휘소를 방문해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 군 수뇌부로부터 전황을 보고받았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영상에서 군복 차림의 푸틴 대통령은 올해 들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약 6500㎢와 마을 등 정착지 310곳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전선 전역에서 자신 있게 진격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합동 공격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도 지난 9월 1일 이후 우크라이나 영토 1800㎢ 이상과 정착지 92곳을 장악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도브로필랴를 점령하고 주요 도시 크라마토르스크 외곽까지 진출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6500㎢ 점령 주장…美 연구소 “약 100㎢ 확인”
그러나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16일 전황 보고서에서 러시아군의 점령 성과가 크게 부풀려졌다고 분석했다.
ISW가 공개 자료를 통해 확인한 올해 러시아군의 점령 면적은 약 100㎢, 정착지는 69곳에 그쳤다. 푸틴 대통령이 주장한 점령 면적이 ISW 확인치의 약 65배에 달하는 셈이다.
9월 이후 전황은 오히려 러시아 측 주장과 정반대였다. 게라시모프가 같은 기간 1800㎢ 이상을 점령했다고 보고한 반면, ISW는 러시아군이 122㎢의 영토를 순손실한 것으로 분석했다.
점령했다고 발표한 지역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ISW는 러시아군이 도브로필랴를 장악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일부 침투 시도를 제외하면 이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진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도 17일 러시아의 발표를 반박했다. 안드리 코발료우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보다 우크라이나군이 가을 들어 탈환한 지역이 더 넓다며 러시아 군 지도부가 정치 지도자와 자국민을 위해 승리의 환상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러 블로거들까지 “완전 망신”…승전보 조롱
러시아 내부에서도 비판이 터져 나왔다. 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친러 성향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들은 게라시모프의 전과 보고를 공개적으로 조롱했다.
친러 군사 채널 ‘알렉스 파커 리턴스’는 게라시모프의 보고를 겨냥해 “러시아군에 관한 가짜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처벌할 수는 없나. 완전 망신이다”라는 취지로 비꼬았다.
또 다른 친러 채널 ‘나시 레그눔’은 “트럼프도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에 우리만큼 놀랄 것”이라며 군 수뇌부가 제시한 성과를 반어적으로 비판했다. 친전쟁 성향 블로거 ‘아트조키’도 이런 보고를 이해하려면 전문가들의 분석이 필요하다며 조롱에 가세했다.
ISW는 러시아군 지도부가 전장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인식을 퍼뜨려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양보를 압박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군 지휘소 방문에서도 우크라이나 북부에 조성 중인 이른바 ‘안전지대’를 향후 평화 협상의 양보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전과 주장은 모두 독립적인 검증에 한계가 있다. ISW의 수치 역시 공개 영상과 위치 정보 등 확인 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치로, 전장 전체의 최종 확정 집계는 아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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