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11월 中 APEC 계기 미·중·러 정상회담 제안
젤렌스키는 미·러·우크라 회담 추진…트럼프 확답 없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논의하는 3자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작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구상에서 빠졌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별도의 3자 회담을 추진하고 있어 종전 협상을 둘러싼 양측의 구상이 엇갈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련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중·러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 정상이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구상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포함되지 않았다. WSJ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활용해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주요 동맹국들도 협상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확답 없어…크렘린 “회담·의제 미정”
크렘린궁은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WSJ에 “회담 자체나 잠재적 의제에 관해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며 세 나라가 회담 개최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개최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종전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참석 확답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회담이 실제로 열릴지, 우크라이나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논의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제안은 미국과 러시아가 경제 협력을 모색하는 가운데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이 수입하고 국제시장에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러시아에 대한 일부 제재를 유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강화하고 종전을 늦출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는 美·러·우크라 회담 추진…엇갈린 종전 구상
푸틴 대통령의 제안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추진하는 회담과도 차이가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이 오는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나 유럽에서 회담을 여는 방안도 거론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 모두 참석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포함한 미·중·러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직접 참여하는 협상을 추진하는 셈이다. 두 회담 모두 아직 제안과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WSJ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3자 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강대국 지위를 재확인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말 미국·영국·소련 지도자들이 전후 국제질서를 논의했던 ‘얄타회담’과 비슷한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도 소개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재러드 쿠슈너와 통화하며 향후 외교 일정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종전 협상을 위한 접촉을 이어가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미·중·러 회담 제안이 실제 협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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