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또다시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는 새 골프장 조성과 재개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워싱턴DC의 100년 넘은 공공 골프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개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해당 사업은 대규모 벌목에 따른 환경 훼손 등의 이유로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질문에 나선 사람은 영국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 소속 앤드루 파인버그 기자였다.
그가 “골프장에 관해 질문하겠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많은 골프장을 소유하고 계신데”라고 말하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가로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깐, 잠깐, 잠깐”이라며 말을 끊었고, 파인버그 기자가 뒤이어 말하려고 하자 몸에 힘을 주고 “조용히, 조용히 해”라며 또다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뭐가 문제야, 당신 어디 아픈 사람이야?”(Are you a sick person?)라고 물었고, 이에 파인버그 기자는 “제가 알기로는 아닙니다, 대통령님”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최근 건강검진을 받았고 결과도 좋았다”며 “나는 내 일을 하고 있고 내일도 다시 (일을 하러)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밴스 부통령, 해당 기자에 “얼간이” 비판트럼프 대통령과 파인버그 기자의 설전과 관련한 논란은 집무실 밖에서도 이어졌다.
JD 밴스 부통령은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과 파인버그 기자가 언쟁하는 영상을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례하게 행동한 얼간이 기자를 가차 없이 박살냈다”고 적었다.
파인버그 기자는 밴스 부통령에게도 참지 않았다. 그는 해당 영상에 “날 욕하려거든 최소한 내 계정을 태그할 배짱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댓글로 응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인과 설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엡스타인 파일과 관련해 질문한 블룸버그통신 백악관 담당 기자 캐서린 루시에게 “조용히 해, 피기(Quiet, piggy)”라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기’는 사람을 돼지에 빗대는 모욕적 표현이다.
당시 국제여성언론재단(IWMF)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성차별적인 공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모·성별 기반 공격은 여성 기자를 침묵시키기 위한 전형적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2월에는 밴스 부통령의 사법부 권한 관련 발언을 질문한 허프포스트 백악관 출입기자에게 “(그 언론사가) 아직 있나? 망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같은 해 3월에는 NBC의 게이브 구티에레즈 기자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일론 머스크 사이의 갈등설을 묻자 이를 부인하며 해당 기자를 향해 “말썽꾼’(troublemaker)이라고 불렀다. 이어 NBC 소속 기자라는 말을 듣고는 “그럴 줄 알았다, 그만하자”며 돌아섰다.
지난 2월에는 CNN의 케이틀런 콜린스 기자가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최악의 기자”라며 “CNN의 시청률이 낮은 것도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기자들 내쫓겠다는 트럼프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브리핑룸을 실내 수영장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실상 기자들을 내쫓겠다는 계획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을 내보내고 과거 없앴던 실내 수영장을 복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그가 지난 8월 퇴임을 앞둔 캐롤라인 레빗 당시 백악관 대변인에게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을 내보내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방안은 레빗 전 대변인이 재임 동안 이를 실행하지 않아 무산됐지만,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에 걸쳐 여러 차례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NYT는 “언론인을 백악관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탄압 정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논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권력 중심부의 가까이에 언론이 자리하는 것은 입헌 민주주의에서 자유 언론이 갖는 중요성을 오랫동안 인정해 온 상징“이라고 짚었다.
언론 접근을 제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은 2기 들어 한층 노골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출입 기자들에게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기밀이나 통제된 정보를 수집 및 보도하지 않겠다는 서약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언론계가 집단 반발해 출입증을 반납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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