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르준 오염수 피해자 보상 논란
주지사 공개 반발…백악관 ‘레임덕’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염된 식수로 병을 얻은 참전용사와 가족들의 보상 문제를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와 연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공화당이 패배하면 “돈이 없다”고 말해 피해자 보상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공화당 지원 유세에서 이같이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 르준 해병대 기지의 오염수 피해자들을 언급하며 “우리가 하원과 상원에서 이기면 법무부에 남아 있는 모든 정당한 보상 청구를 가능한 한 빨리 합의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돈이 없다”며 “이기면 여러분은 돈을 받게 되고, 오랫동안 이어진 악몽도 마침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행정부가 지금까지 피해 군인과 가족들에게 약 10억 달러(약 1조 3200억원)를 지급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수십 년 기다린 오염수 피해자들…주지사도 공개 반발
캠프 르준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해병대 기지다. 1953년부터 1987년까지 기지 식수 일부가 산업용 용제 등 유해 화학물질에 오염되면서 이곳에 거주하거나 근무했던 군인과 가족들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 피해를 호소해 왔다.
미국 의회는 2022년 캠프 르준 정의법을 제정해 오염수에 노출된 피해자들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9월 18일 기준 피해자들에게 제시한 합의금은 11억 달러(약 1조 4500억원)를 넘었으며, 실제 지급액도 8억 7900만 달러(약 1조 1600억원)를 초과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기존 보상금 지급을 중단하는 공식 결정은 아니다. 다만 남은 보상 청구를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선거 결과와 연결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조시 스타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자신의 엑스(X)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진정한 지도자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싸워야 한다며, 아픈 주민들에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선거 승패와 연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중간선거 참패 우려에 백악관 내분…‘레임덕’ 위기감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 내부에서도 레임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CNN은 20일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해지고 대규모 인사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참모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참모들은 선거 이후 행정부를 떠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CNN에 백악관 내부 상황이 매우 잔혹하다며 “여기서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의 거취를 둘러싼 관측도 제기됐다.
다만 백악관은 내부 갈등에 관한 보도를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와일스 실장에 대한 신임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후보 지원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는 오랫동안 보상을 기다려 온 군인과 가족들의 문제까지 선거 결과와 연결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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