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를 드론으로 오인해 전투기까지 출동시켰던 리투아니아가 이번에는 진짜 드론을 격추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에 발표한 성명에서 “리투아니아 영공에 진입한 드론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대비 태세는 우리 지역에 매우 중요하다. 리투아니아는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영공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투아니아 당국에 따르면 이 드론은 15일 자정 이웃 나라인 벨라루스에서 넘어왔으며, 영공 방위를 맡고 있던 이탈리아 공군 전투기가 이를 격추했다. 이틀 전인 13일에도 리투아니아 영공에 드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나타나 이탈리아 전투기가 출격하는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이에 리투아니아는 경보를 발령하고 공항까지 일시 폐쇄했으나 새떼인 것으로 확인됐다.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나토 회원국으로 자체 전투기가 없어 이들이 번갈아 가며 영공 방위를 맡아주고 있다. 특히 나토 전투기들은 지난 5월 에스토니아 상공에서, 그리고 6월과 8월에는 라트비아 상공에서 드론을 격추했으나 모두 우크라이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날린 장거리 드론이 강력한 전자전(EW) 및 전파 방해 시스템에 걸려 경로를 이탈해 발트 3국으로 흘러간 것이다. 이번 사례 우크라이나 드론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발트 3국은 전쟁 발발 이후 여러 차례 드론의 침범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리투아니아는 최근 러시아의 강력한 경고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2인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리투아니아 영토에 핵무기가 배치되고 러시아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세계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면서 “나토는 집단방위조약(제5조)을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이어 “만약 이 조항이 시행된다면 전 세계적인 재앙, 지구적인 재앙이 될 것이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원칙을 명시한 조항이다.
메드베데프가 이렇게 강력한 경고를 날린 것은 최근 리투아니아의 헌법 조항 삭제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현재 리투아니아는 자국 내 핵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의 삭제를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 맹방 벨라루스 사이에 끼어 있으며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그간 나토의 동부 전선을 지키는 핵심 방어 기지 역할을 해왔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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