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급 폭탄 4만 발 등 3조8000억원 규모…구매대금은 미국 납세자 돈으로
민간인 피해 우려·군사지원 반대 여론 속 추진…실제 인도까지는 시간 걸릴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형 항공폭탄 4만 발을 포함한 무기 판매를 추진한다. 구매 대금도 미국이 지원할 계획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한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군사 지원은 이어가는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28억 달러(약 3조 8000억원) 규모의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안을 의회 소관 위원회에 비공식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행정부가 판매를 승인했다고 전했지만, 의회 검토와 실제 인도 절차는 남아 있다.
판매 목록에는 2000파운드(약 907㎏)급 항공폭탄인 MK-84와 BLU-117이 각각 2만 발씩 들어갔다. 여기에 I-2000 관통 탄두 2만 개도 포함했다. WP는 논란이 큰 이들 탄약의 단일 판매로는 최근 몇 년 사이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거래 형식은 무기 판매지만 구매 자금은 미 국무부의 해외군사금융지원(FMF) 프로그램으로 조달한다. 미국이 제공한 자금으로 이스라엘이 미국산 무기를 사들이는 구조다. WP는 결국 미국 납세자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이 인도 보류했던 대형 폭탄…민간인 피해 우려
이번 거래가 논란을 부르는 핵심은 폭탄의 파괴력이다. MK-84 등 대형 항공폭탄은 가자지구에서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NYT에 따르면 MK-84는 폭발 지점에서 3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고, 깊이 약 15m의 구덩이를 남기기도 한다.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투하하면 목표물 주변 주민까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은 무장 세력이 민간인 사이에 숨어 활동하고 지하 터널을 이용하기 때문에 강력한 폭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더 작은 무기로도 공격할 수 있는 표적에 대형 폭탄을 사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2024년 5월 대형 폭탄이 포함된 한 차례의 선적을 보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인도를 재개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브라이언 피누컨 선임 고문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레바논 남부 공습 방식을 고려하면 이 무기들을 인구 밀집 지역에서 어떻게 사용할지 우려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와 갈등에도 지원…미국 내 반대 목소리
대규모 판매 추진은 두 정상 사이에 마찰이 커진 시점과 맞물렸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점점 더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가 신속하고 결정적인 승리를 약속하며 이란전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가자지구 평화 구상과 이스라엘의 레바논·시리아 군사 행동,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문제도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무기와 구매 자금을 함께 지원하며 이스라엘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내 반대는 민주당에만 머물지 않는다. 보수 논객 터커 칼슨도 이번 거래가 이란전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은 미국 납세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지원이 미국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인지 따져 물으며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판매 승인과 즉각적인 공급은 다르다. 생산과 인도에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NYT는 행정부가 의회 반대에 부딪히면 비상 권한을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이번 거래에 해당 절차를 적용한 것은 아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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