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아내의 몸에서 다른 남성의 DNA가 검출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ET투데이 등 대만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타이베이에 살던 부부 A씨와 B씨는 2017년 혼인신고를 했지만 부부 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2023년 2월 부부가 크게 다투는 일이 발생했고 아내는 이후 병원을 찾아 상처를 확인한 뒤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당일 아내는 “남편에게 새벽까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사건은 타이베이 검찰로 넘어갔다. 수사기관은 성폭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아내의 체내에서 검체를 채취해 대만 형사경찰국에 DNA 감정을 의뢰했다.
문제는 예상을 뒤엎는 DNA 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아내의 체내 깊숙한 곳에서 채취한 면봉 검체에서 남성의 Y 염색체 DNA가 검출됐는데, 해당 DNA의 유형이 남편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나온 것이다.
수사기관은 이 결과 등을 근거로 남편이 해당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입증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남편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아내를 상대로 별도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은 아내가 신고하기 직전 며칠 사이 다른 남성과 성적인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이 자신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50만 대만달러(한화 약 2170만원)를 청구했다.
1심 vs 2심 뒤집힌 판결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인 타이베이 간이법원은 검체에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의 DNA가 발견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 실제 성관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 아내의 체내에서 채취한 검체에서는 정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PSA(전립선 특이 항원)도 음성이었다. PSA는 남성의 전립선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로, 정액에 포함될 수 있다.
PSA나 정자는 성폭력 수사에서 피해자의 검체를 통해 남성의 정액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보조적인 증거가 될 수 있으나, 콘돔을 사용하는 등 여러 이유로 검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1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남편의 손해 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남편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인 타이베이 지방법원 합의부는 DNA 감정 결과의 신뢰성을 인정했고, 아내의 검체에서 발견된 남성 Y 염색체 DNA가 남편의 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특히 아내가 자신의 몸에서 남편이 아닌 남성의 DNA가 발견된 이유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만 답하고 합리적인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아내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 전 며칠 사이 다른 남성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러한 행위가 남편의 배우자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부부의 재산과 소득, 사회적 지위, 혼인관계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해 남편의 손해 배상 청구액인 50만 대만달러 대신 정신적 위자료 5만 대만달러를 법정 지연 이자와 함께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만 뉴스 채널 중톈신원은 “법원이 성폭행 고소 자체가 허위였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핵심은 남편에 대한 성폭행 혐의가 DNA 결과 등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형사상 불기소됐고, 별도의 민사 재판에서는 다른 남성의 DNA와 여러 정황을 근거로 아내의 배우자권 침해 책임을 인정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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