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러시아의 대형 정유 시설을 공격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은 15일(현지시간)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남부 사마라주에 있는 시즈란 정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 ‘엑실레노바 플러스’에 따르면 시즈란 정유 시설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은 뒤 공장 내부 여러 지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화재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보일 정도로 규모가 컸다.
뱌체슬라프 페도리셰프 사마라주 주지사는 “주 전역에서 우크라이나 무인기 40대 이상을 격추했다”며 “이 과정에서 산업시설 한 곳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주지사가 언급한 산업 시설은 시즈란 정유 시설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시즈란 정유 시설 타격으로 대형 화재가 발생했으며 주요 원유 처리 장치와 시설 내 저장 탱크 시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시즈란 정유 시설은 연간 890만t의 원유를 처리해 온 대형 시설로, 러시아군에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을 공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인 유나이티드24는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심층 공습 작전은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체계적으로 겨냥해 러시아 최대 정유 시설 11곳을 모두 성공적으로 타격했다”며 “이러한 정밀 타격으로 러시아 정유 용량의 42% 이상이 가동을 중단했고 원유 처리량은 2002년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결과 전국적인 연료난이 초래됐고 러시아는 결국 외부에서 연료를 수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러시아 정유 부문은 약 135억 달러(한화 약 18조 4800억원)의 누적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러·우 ‘에너지 휴전’ 한다 했는데…우크라이나의 이번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목표물을 타격하지 않는 데 동의했다”고 주장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에너지 목표물을 타격하지 않는 데 동의했다”며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13일)에도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던 중 “젤렌스키는 한 가지를 해야 한다. 러시아의 경유 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목표물이 많이 있으니 디젤 연료는 타격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경유 부족 사태는 중동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이란 전쟁이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에너지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보란 듯 서로의 에너지 시설을 향한 공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가 시즈란 정유 시설을 공습한 당일,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주유소를 공습하면서 한 명이 부상했다. 해당 주유소는 러시아의 드론에 맞아 처참히 무너졌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을 인용해 “최근 러시아가 키이우의 주유소를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공격 대상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지난 몇 달 동안 러시아는 주로 우크라이나 최전선 지역 또는 그 인근에 위치한 약 300개의 주유소를 공격했지만 근래에는 수도 키이우의 주유소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 “푸틴 못 믿어” vs 러 “멈출 생각 없어”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난이 심화한 데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경유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의 정유 시설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공급이 줄어들자 최근 미국의 경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유가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서민 물가와 직결된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반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4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파트너들이 러시아의 실질적 공격 중단을 보장한다면 우크라이나도 상응하는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러시아가 어떤 합의든 지킬 의지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된 뜻을 내비쳤다.
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겨울이 오기 전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에 합의할 뜻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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