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곰 담즙 공장에서 구조된 반달곰 5마리가 영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영국의 야생동물 보호 활동가이자 방송인인 지미 도허티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와 야생동물 공원인 ‘지미스 팜 & 와일드라이프 파크’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곰 담즙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5마리를 구조해 영국으로 옮기는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구조된 곰은 바라(Bara), 루미(Rumi), 새빛(Saebit), 용기(Yong-gi), 희망(Huimang) 등 5마리다.
이 곰들은 구조 전까지 녹슨 금속 철장 안에서 길게는 20년이 넘도록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허티가 한국을 찾아 이 곰들을 만난 것은 6개월 전이다. 그는 당시 좁은 우리에 갇혀 있는 곰들을 본 뒤 영국으로 데려오겠다고 약속했었다.
곰들이 갇혀 지낸 곳은 곰의 쓸개와 담즙을 채취하는 공장으로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한국의 곰 사육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설로 알려졌다.
도허티는 “한국의 곰 사육 산업은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됐으며 당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곰이 수입됐다”며 “이후 곰의 쓸개와 담즙을 채취해 전통 의약품과 관련 제품 등에 사용하는 형태로 산업이 확대됐다”고 전했다.
한국의 곰 사육 산업은 동물 학대 우려가 커지고 관련 수요가 감소하면서 점차 쇠퇴했다. 2014년 기준 한국의 곰 사육 공장에는 약 1000여마리만 남아 있었다.
2022년 우리 정부와 곰 사육 농가, 동물복지단체 등은 산업 종식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올해 1월 1일부터 곰의 번식과 농장 사육, 담즙 채취는 공식적으로 금지됐다.
그러나 산업이 공식적으로 금지된 이후에도 ‘담즙 공장’ 등에는 곰 약 200마리가 남아 있었다. 도허티는 이 곰들을 돕기 위해 한국 측 관계자들과 추가적인 보호시설을 찾고 있다.
“27년 동안 같은 금속 우리에서 지낸 곰 ‘바라’”구조된 곰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바라’는 1998년 농장에 들어간 뒤 27년 동안 같은 금속 철장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도허티 등이 구조하기 전까지 물이 담긴 연못을 접해 본 적도 없었다.
또 다른 곰인 ‘용기’와 ‘루미’ 형제는 약 20년 동안 황량한 우리에서 함께 생활했다. ‘새빛’은 자신보다 몸집이 작은 ‘희망’을 보호하고 보살피며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와 이송에는 ‘스페이스 포 더 와일드’(Space for the Wild)와 지미스 팜이 진행한 ‘베어스 비하인드 바스’(Bears Behind Bars) 캠페인이 힘을 보탰다. 캠페인을 통해 약 3700건의 후원이 이뤄졌으며, 모금액은 9만 파운드(한화 약 1억 6700만원)를 넘어섰다.
한국에서 구조된 곰 5마리는 약 8850㎞를 날아 영국 서퍽주에 있는 ‘지미스 팜 & 와일드라이프 파크’에 도착했다.
이곳은 농장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다양한 야생동물과 희귀 가축을 사육·보호하는 관광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동물학을 전공한 도허티가 이 야생동물 공원을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원 측은 한국에서 건너온 반달가슴곰 5마리를 위해 ‘문 베어 아일랜즈’라는 별도의 숲 형태의 보호공간을 마련했다. 길게는 수십 년 갇혀만 지냈던 곰들은 나무, 풀, 물, 연못 등이 있는 공간에서 걷고, 올라가고, 수영하고, 먹이를 찾아다닐 수 있게 됐다.
도허티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 곰들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한다. 정말 지옥 같았다. 그런 광경은 잊을 수가 없다”며 “이 일은 우리 모두가 더욱 확고한 결심을 하고 우리의 임무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바로 이 곰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훨씬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많은 분들의 노력과 헌신, 그리고 대중의 지지가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관련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