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총선 마지막 날 수도권 대규모 공습…모스크바 정유시설서 화재 발생
러 당국 “주말 드론 1600대 이상 격추”…모스크바주 2명 사망·주민 대피
러시아 총선 마지막 날 수도 모스크바가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받았다. 크렘린궁에서 불과 약 16㎞ 떨어진 모스크바 정유시설까지 드론이 날아들어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 당국은 주말 동안 1600대가 넘는 드론을 격추했으며 이 가운데 450대가 모스크바를 향했다고 주장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모스크바와 수도권 곳곳에서 잇따라 폭발음이 들렸다. 로이터 취재진도 모스크바 정유시설 방향에서 폭발음을 듣고 현장에서 연기가 치솟는 모습을 확인했다. 시설 피해 규모는 즉각 파악되지 않았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전례 없는 규모의 공격”이라며 전날부터 러시아군이 전선 전역에서 드론 1600대 이상을 격추했고, 이 중 450대가 모스크바로 향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러시아 측 발표로 독립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일부 드론은 방공망을 뚫고 모스크바 시내까지 도달했다. 소뱌닌 시장은 여러 대가 정유시설 부지에 도달했고 다른 1대는 아파트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사망자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수도권에서는 2명이 숨졌다.
총선 마지막 날 수도 직격…러 “선거 방해 목적”
이번 공격은 러시아가 사흘간 진행한 국가두마 선거 마지막 날 벌어졌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처음 치르는 총선으로, 크렘린은 이번 선거를 전쟁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단결을 보여주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소뱌닌 시장은 이번 드론 공격이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계획됐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앞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모스크바 공격에 대해 즉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수도권 피해도 이어졌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주 주지사는 라멘스코예 지역의 21층 아파트에서 주민 약 400명이 대피했으며 이 가운데 어린이 70명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주변 주택 여러 채도 파손됐다.
정유소 또 피격…에너지 시설 공격 계속
이번에 공격받은 모스크바 정유시설은 러시아 수도권의 핵심 석유제품 공급기지다. 최신 공개 자료 기준 이 시설은 2024년 원유 1160만t을 처리해 휘발유 290만t, 경유 320만t을 생산했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과거에도 여러 차례 표적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정유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9월 중순 기준 러시아의 주요 경유 생산 정유소 6곳 가운데 절반이 드론 공격으로 생산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했다. 잇단 타격은 러시아 내 연료 부족과 가격 상승, 일부 지역 주유소의 대기 행렬로 이어졌다.
양측의 에너지 시설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목표물 공격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타격하고 있어 실질적인 ‘에너지 휴전’은 정착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번 공격으로 모스크바 정유시설의 실제 가동이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측은 대규모 드론 공습을 대부분 막아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드론이 수도 핵심 에너지 시설까지 도달하면서 방공 부담도 다시 드러났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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