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카타르 통해 종전 3대 조건 전달…“트럼프 답 기다린다”
22일 뉴욕서 GCC 6개국과 회동…추가 군사행동·전후 구상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개월째 이어지는 이란 전쟁이 공화당의 중간선거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비공개 자리에서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이란은 종전 조건을 미국에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유엔총회에서 걸프 국가 정상들과 만나 전쟁의 다음 단계를 논의한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로부터 공화당의 불리한 중간선거 상황을 이전보다 직설적으로 보고받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이란전 관련 결정도 현재의 정치적 어려움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다른 측근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해석에는 반박했다.
공개적으로는 전쟁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이란전에 들어간 비용은 436억 달러(약 60조원)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소모한 탄약을 다시 채우는 데 필요한 비용만 280억 달러에 달한다. 해외 미군 시설의 피해 복구 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군사 행동 여부를 공개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 그는 17일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큰 결정을 앞두고 있다”며 이란 정권을 “전멸시킬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결정에 앞서 중동 동맹국들의 의견도 듣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지도자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이란전의 다음 단계와 전쟁 이후 중동 구상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 조건 3개 던진 이란…“트럼프 답 기다린다”
미국이 추가 공격 가능성을 열어둔 사이 이란은 먼저 협상 카드를 꺼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19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카타르가 이란의 종전 조건을 워싱턴에 전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제시한 조건은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해외 동결 자금 해제,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등 세 가지다. 레자이는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워싱턴에도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전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지난달 미·이란 간 양해각서가 만료된 뒤 협상 재개를 중재해왔다. 이란의 이번 제안이 실제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미국의 대응에 달렸다.
외교 통로도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 미국 정부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 핵심 대표단의 유엔총회 참석을 허용했다. 다만 이란 대표단은 뉴욕에서 이동이 제한된다.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양자 회담이 공식 확정됐다는 발표도 없다.
22일 걸프 정상들과 회동…공습 재개냐 협상이냐
걸프 국가들의 입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사우디와 카타르는 앞서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재개되면 자국의 석유·가스 기반 시설이 보복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에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이들의 의견을 들은 뒤 공격 확대를 자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에서는 당장의 군사 대응뿐 아니라 전쟁 이후 이란을 어떻게 억제하고 역내 질서를 재편할지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이른바 ‘전후 구상’을 마련하고 있으며, 걸프 국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세부 방향을 다듬는다는 계획이다.
전쟁은 이미 중동을 넘어 세계 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과 중동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이란 전쟁과 예멘 사태 등 중동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결국 미국과 이란은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출구를 동시에 열어둔 상태다. 이란은 구체적인 종전 조건을 먼저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공격 재개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걸프 정상들의 의견을 먼저 듣기로 했다. 22일 회동과 유엔총회 기간 이어질 외교 접촉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큰 결정’의 방향이 한층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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