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형 슈퍼마켓 체인 ‘에코마켓’ 소유의 물류 창고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었다.
유나이티드24 등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의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날 키이우에 있는 대형 물류창고가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뒤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해당 물류창고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에코마켓 물류창고 피격의 의미는 단순히 한 슈퍼마켓 시설이 피해를 입은 것에 있지 않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사시설뿐 아니라 식료품을 전국의 매장으로 공급하는 민간 유통·물류망까지 공습 대상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주요 식품·유통·물류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격을 32건 확인했으며, 이는 7월의 11건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라고 밝힌 바 있다.
창고와 물류센터는 단순한 상업시설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도시 주민들이 식료품과 생필품을 공급받는 핵심 기반 시설이다. 따라서 이런 시설이 반복적으로 파괴되면 개별 매장이 문을 닫지 않더라도 상품 재고와 운송망에 차질이 생기고 특정 물품이나 식품의 일시적인 품귀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이번 에코마켓 피격은 우크라이나 후방 경제와 일상생활을 지탱하는 공급망이 전쟁의 새로운 공격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로 유나이티드24는 “러시아의 앞선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소매 식품 물류망의 90%가 파괴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공격 목표는 슈퍼마켓 창고와 가공 공장, 배송 허브 등이며 이러한 공급망 파괴로 인해 지역적인 물자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주요 소매 체인점에서는 필수 품목 구매가 제한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에코마켓 물류 시설에 대한 피해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민간 유통 인프라를 겨냥한 러시아의 광범위한 공격 작전의 일환”이라면서 “앞서 러시아는 야간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주요 슈퍼마켓, 전자제품, 완구, 가정용품 등을 공급하는 주요 유통 허브를 손상시키거나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에코마켓 측은 SNS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매장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공급망을 관리해 슈퍼마켓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직원은 무사하며 부상도 입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필요한 물품을 확보하고 있으며 고객이 평소처럼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도 때리는 러시아의 ‘와일드베리스’우크라이나도 ‘러시아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와일드베리스의 물류 창고를 여러 차례 타격한 바 있다.
지난달 3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블라디미르주 흐리야스토보 마을에 있는 와일드베리스 물류창고를 타격했다.
와일드베리스는 지난 7월 첫 타격 이후 반복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적어도 12곳이 넘는 와일드베리스 창고가 우크라이나의 표적이 됐다고 전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와일드베리스가 드론 부품 등 러시아의 군사 물류에 기여하고 있다며 민간 기반 시설 공격을 정당화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지난달 “와일드베리스 웹사이트에서 드론 부품과 방탄조끼 등 군사 장비가 판매되고 있으며, 와일드베리스 및 해당 업체의 창업자인 타티아나 킴 최고경영자(CEO)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의 여파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와 와일드베리스는 민간 전자상거래 기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7월 타티아나 킴 CEO는 “약 2주 연속 우크라이나의 테러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우리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와 중국,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10개국 수억 명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류 전쟁에서 문화 전쟁으로 확대?한편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슈퍼마켓 물류창고뿐 아니라 출판 시설도 집중 공격하고 있다.
21일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문화부는 최근 두 달간 러시아의 공격으로 1300만권 이상의 책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연간 인쇄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피해액은 3930만 달러(한화 약 542억원) 수준이다.
최근 몇 주간 최소 40개 이상의 출판사와 서점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책이 대규모로 소실되고 특히 학교 교과서 대부분이 파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당국은 출판사를 겨냥한 러시아의 공격이 세계문화유산 파괴에 이은 문화 전쟁의 일부라고 보고 있다.
테티아나 베레즈나 우크라이나 문화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회복력이 문화에 있다는 사실을 러시아는 잘 알고 있다. 이는 의도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페체르스크 라브라(동굴수도원)가 공격받아 성모승천 대성당 내외부가 심각한 피해를 봤다. 중세 시대 건축물이 보전된 세계문화유산 르비우 도심도 지난 3월 대규모 공격을 받았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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