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포탄용 추진장약·베이스블리드 현지생산…美 탄약 공급망에 한국 기업 본격 진입
한화가 미국 육군 기지에 조성하는 탄약 생산기지 투자 규모를 기존 13억 달러(약 1조 7000억원)에서 22억 달러(약 3조원)로 확대한다. 미국이 155㎜ 포탄과 추진장약 등 핵심 탄약 공급망을 자국 안에서 재건하는 가운데, 한화도 현지 생산 기반과 사업 범위를 함께 키우는 것이다.
한화디펜스USA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아칸소주 파인블러프 아스널에 ‘한화 첨단 제조캠퍼스’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총투자액은 22억 달러이며 앞으로 7년간 약 400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이날 한화는 현지 사업을 총괄할 행정본부도 문을 열었다.
새 시설은 155㎜ 포탄에 쓰이는 추진장약과 베이스블리드 유닛 생산에 초점을 맞춘다. 베이스블리드는 포탄 후미에서 발생하는 항력을 줄여 사거리를 늘리는 장치다. 한화는 핵심 탄약 구성품을 미국 안에서 생산해 미군의 탄약 생산능력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미 육군도 지난 1월 파인블러프 아스널의 유휴 부지를 한화디펜스USA에 장기 임대해 새 탄약 시설을 짓도록 하는 사업을 확정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155㎜ 포탄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는 동시에 원재료와 추진장약 등 공급망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13억 달러 계획이 8개월 만에 22억 달러로
눈에 띄는 대목은 투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미 육군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한화가 파인블러프 아스널에 13억 달러를 자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공식 발표에서는 사업 규모가 22억 달러로 커졌다. 약 9억 달러, 원화로 1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파인블러프 아스널은 미국 육군의 주요 탄약·화학 방산시설 가운데 하나다. 미 육군은 최근 이곳을 민간 방산기업과 연계한 생산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기존 정부 소유·정부 운영 방식만으로는 늘어난 탄약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민간 자본과 생산기술을 적극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마이클 콜터 한화디펜스USA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방산 산업 기반을 지원하고 아칸소주에 최대 4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 육군도 유휴 군용지를 활용해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면 군 시설 현대화와 탄약 생산 기반 강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한화가 투자 규모를 키운 배경에는 미군의 155㎜ 탄약 수요 확대와 미국 내 공급망 재편이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공장 규모를 키우는 차원을 넘어 생산 품목과 현지 사업 기반까지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K9 이어 탄약까지…한화, 美 포병 공급망 깊숙이
이번 투자는 한화가 미국에서 추진하는 포병 사업과도 맞물린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달 미국 육군의 기동형 전술포(MTC) 사업에서 K9 계열 시제 체계 6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계약에는 추가 12대 옵션도 포함됐다.
한화는 앞서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에도 K9 계열 차량의 통합·시험 시설을 마련하며 현지화에 나섰다. 전투 차량뿐 아니라 포탄과 추진장약까지 미국 안에서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155㎜ 포탄 생산능력을 늘리는 과정에서 단순 완성탄뿐 아니라 추진장약과 각종 구성품의 공급망까지 함께 재편하고 있다. 파인블러프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화는 한국산 무기를 미국에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미군 포병 탄약 공급망의 현지 생산 파트너로 입지를 넓히게 된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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