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서 거액을 들여 금을 들여와 놓고도 이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지난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참수 작전을 통해 정권을 축출한 뒤 석유에 이어 금 등 광물 자원 확보에 나섰다.
세계적인 원자재 거래 업체인 ‘트라피구라’가 베네수엘라 국영 금 생산업체 ‘미네르벤’과 계약을 맺고 지난 3월 최소 1억 달러(한화 약 1360억원)어치의 금을 미국으로 들여왔다.
이후 매달 최대 400㎏의 금이 미국으로 수입됐는데, 문제는 금의 생산 과정에 있었다. 트라피구라가 베네수엘라에서 현지 국영업체인 미네르벤을 통해 들여온 금 가운데 일부가 범죄조직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주요 금 산지인 남부 엘카야오 일대에는 범죄조직이 광산업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 현지 광산업 관계자들은 범죄조직에 보호비 명목으로 금 일부를 건넨다고 증언했다. 한 채굴업자는 매달 생산한 금의 20%를 해당 범죄조직에 넘기고 있다며, 이는 이 지역에 자리 잡은 관행이라고 말했다.
NYT는 “금을 상납받은 범죄조직이 미네르벤에 금을 넘기고 이중 일부는 트라피구라에 판매되는 금과 함께 제련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국제기준에 따라 제련업체는 금이 범죄조직의 자금원이 되거나 환경 파괴·부패와 연관돼 있지 않아야 하는 점을 보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련업체 입장에서 트라피구라로부터 받은 금 중 일부가 베네수엘라 범죄조직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 이상 이를 제련하는 것은 국제법을 어기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수억 달러 규모의 금을 제련·판매하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글로벌 귀금속 정제 전문 기업인 아사히 리파이닝의 한 관계자는 “어떤 제련업체가 ‘우리가 베네수엘라의 금을 제련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싶겠나”라며 베네수엘라에서 들여온 금이 범죄조직과 연관돼 있음을 시사했다.
불법 금 거래 조사 전문가이자 트라피구라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데이비드 수드는 NYT에 “베네수엘라 금 생태계에 착취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착취에서 벗어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번 금 거래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의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해 온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백악관에 재입성한 이후 미국은 전 세계 주요 광물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고 서반구에서 영향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에는 금과 다이아몬드, 콜탄, 희토류 등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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