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군과 북한군이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연합훈련에서 만나 교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NK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아프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국방부 고위 대표단이 러시아가 주최한 연합 군사훈련 ‘센터-2026’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마울라위 나시불라 마다니 사령관이 이끄는 탈레반군 대표단은 지난달 하순부터 러시아 중서부 첼랴빈스크주 등지에서 열린 이번 훈련에 러시아 초청으로 참석했다.
아프간 대표단은 북한을 포함해 중국, 인도, 베트남, 콜롬비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여러 국가 군사 대표단과 회담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훈련을 참관하는 동시에 중화기, 무인항공기(UAV), 장거리 미사일, 로봇 시스템 등 첨단 군사기술이 포함된 최신 군사 장비 전시회를 찾았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아프간 탈레반의 대표와 북한군 대표가 만나 드론 앞에서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NK뉴스에 따르면 1989년 소련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 북한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정부와의 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9·11 테러 등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을 강력히 규탄해 왔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한 뒤부터 북한의 대탈레반 기조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은 2022년 당시 탈레반의 아프간 정권 장악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지기도 했다. 다만 현재까지 북한은 탈레반의 새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아프간 외교부는 SNS를 통해 “탈레반 관계자들이 북한 등 여러 국가와 양자 관계 및 군사 경험 공유, 훈련, 전문교육, 공동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으나 자세한 대화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밀착하는 탈레반, 북한과도 손잡을까아프간은 지난 5월 러시아와 군사 기술 협정을 체결하는 등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당시 탈레반 정권은 “아프간 군사 장비 상당수가 러시아산인 만큼 원활한 유지·보수를 위해 러시아와 군사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탈레반 정권은 2021년 재집권 후 국제적 고립과 제재에 직면한 뒤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모색해 왔다.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지난해 7월 전 세계에서 최초로 탈레반 정권을 공식 국가로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북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하면서 러시아와 밀착하는 만큼, 향후 러시아를 매개로 한 아프간 탈레반 정권과 북한의 협력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5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과 탈레반의 협력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무인 무기체계가 양측의 실질적 협력 분야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탈레반은 무인 무기체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중동의 친이란 민병대와 아프리카의 여러 반군 세력도 드론과 로봇 무기 체계를 대규모로 활용하는 추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러시아 무인 무기 생산에 상당한 규모의 노동자를 공급하고 있다”며 “탈레반은 이러한 협력 네트워크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 탈레반 역시 (이번 러시아 연합 군사훈련 등의) 네트워크에 참여해 뭔가를 기여하거나 얻어갈 기회를 타진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탈레반의 관계가 러시아-북한과의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5월 옵서버리서치재단의 전문가인 알렉세이 자흐로프 연구원은 영국 인디펜던트에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병력과 탄약을 제공받는 대신 첨단 미사일 기술과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 것과 달리, 탈레반은 현재 러시아에 상당한 규모의 무기나 병력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탈레반이 아프간 내부의 불안정과 파키스탄 국경 문제에 직면해 있어 오히려 러시아의 군사 장비 수리 지원이나 구형 무기 공급이 필요할 수 있지만, 러시아 역시 확전 위험 때문에 탈레반에 정교한 군사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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