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에 대량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를 연이어 비판하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에 “오늘 러시아가 경유 수출 제재 해제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자포리자 지역의 주택가에 활공폭탄 5발을 투하했다”면서 “현재까지 안타깝게도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젯밤 우리 지역 13곳이 공격받았다. 이 사건은 러시아가 압박 완화를 곧 전쟁을 계속해도 된다는 신호, 도시에 폭탄을 계속 투하해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감사 표시’라는 발언은 미국의 대러 제재 완화 조치를 강력하게 비판하기 위해 반어적으로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곧 미국이 에너지 가격 아끼려고 타협해 준 대가가 오늘 민간인들이 폭탄을 맞아 숨졌다는 원망과 질책이 담긴 메시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러시아가 즉시 미국 및 세계 시장에 30만t 이상의 경유를 공급하고 이후에도 추가 공급에 나서면서 총 480만t을 공급하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러시아산 경유 판매에 대한 제재를 일시 완화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이 발표가 나온 직후 우크라이나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과 같다”며 “러시아가 석유제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끝내야 할 전쟁을 장기화하도록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에 대해 “정치적 운명을 구하려 악마와 거래했다”, “우크라이나인을 겨냥한 학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거래가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대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전화 통화를 하며 연대를 강조했다.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더욱 날 선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10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전쟁을 여러 번 끝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면서 “이 전쟁은 애초에 시작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책임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돌렸다. 또한 “우리는 젤렌스키에게 ‘러시아에 대해 원하는 대로 하라. 다만 전 세계적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러시아 정유소를 공격하지 말라’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세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했다”며 “특히 우리(미국) 농부와 목장주들에게 문제를 일으키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이제 (러시아와)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대통령(지도자)을 맞이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사실상 젤렌스키 대통령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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