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제2 도시인 하르키우가 10월 들어 러시아의 연이은 집중 공격으로 피로 물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12일(현지 시간) 밤 러시아가 하르키우 지역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해 3명이 사망하고 3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러시아군은 콜로드노히르스키 등의 민간 주거 지역을 겨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4층짜리 주거용 아파트 입구에 자폭 드론이 떨어져 무너져 내렸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군사 시설이 아닌 무고한 시민들이 잠든 아파트 단지에 10발이 넘는 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부었다”고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발생한 하르키우 등 전역의 공습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휴전’ 발표에 대한 푸틴의 확실한 대답”이라고 주장했다.
하르키우는 최근 하루를 멀다 하고 러시아의 미사일과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10월만 보면 지난 1일, 5일, 9일, 10일 공습이 이어졌고 11일에는 식료품점 인근에 미사일이 떨어져 16세 소년을 포함해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이날 폭격과 함께 거리에 주차돼 있던 차들이 폭발해 불타는 생생한 장면이 인근에 설치된 CCTV에 생생히 담겼다.
이 중 지난 5일 하르키우 공습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하르키우 시민들을 칭찬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루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를 방문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공동 언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이 코앞까지 들이닥쳤을 때도 푸틴은 하르키우를 꺾지 못했다”면서 “하르키우가 푸틴을 물리쳤다.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의 상징적인 첫 번째 수도다. 시민들은 정말 훌륭하다”며 치켜세웠다.
실제로 하르키우는 러시아 국경과 불과 30㎞ 거리에 있어 개전 이래 상시적인 공격에 노출되어 왔다. 여기에 친러시아 성향이 강할 것이라 여겨왔으나 예상과 달리 주민들은 러시아군에 강하게 저항하며 도시를 사수했다. 이처럼 최근 러시아가 하르키우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정치적 타이밍과 겨울철을 겨냥한 군사 전략이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의 핵심 가스 생산시설과 대형 전력망이 집중된 허브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인프라 공습을 중단하는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후 러시아는 보란 듯 하르키우의 가스 기지와 열병합발전소를 폭격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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