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현지시간)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원과 하원의 판세가 모두 어렵다고 인정했다.
AF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상·하원 중 어느 쪽이 공화당에 불리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똑같다”고 답했다.
이어 “현직 대통령이 있을 땐 아무리 훌륭해 보이더라도 엄청나게 불리하다”며 “하지만 나는 지금 순회 유세를 하고 있고 집회도 하고 있다. 공화당에 대한 열기는 크게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하원 구성은 435석 가운데 공화당 218석, 민주당 214석, 무소속 1석(공화당 성향), 공석 2석이다. 상원은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을 보유하고 있다. 45석은 민주당이고 나머지 2석은 무소속이지만 민주당과 연대하고 있다. 주지사의 경우 공화당 26명, 민주당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전통적으로 집권당에 불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34년 이후 현직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 의석을 늘린 사례는 3차례뿐이다.
앞서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은 하원에서 41석을 잃고 상원에서 2석을 추가로 확보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역사를 언급하며 일찌감치 패배를 ‘예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사람들마저 중간선거에서는 졌다”며 “우리는 이겨야 하지만 알다시피 통계적으로 이기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6일에는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곳곳에서 선거 판세를 뒤집고 있다. ‘중간선거 서프라이즈’를 지켜보라”라고 적기도 했다.
1·2기 통틀어 최저 지지율 이어가는 트럼프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그의 ‘패배 예측’은 뒷받침한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미국 성인 5062명을 조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0%,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8%였다. 지지율은 지난 7월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확인된 응답자 가운데 현재 그의 직무수행을 지지한다는 비율도 67%에 그쳤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 머물렀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는 32%, CBS뉴스·유고브 조사에서는 39%로 각각 집계됐다. 지지율 30%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최저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그의 첫 임기 후반이었던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이후 지지율은 29%까지 떨어졌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전통 지지층으로 꼽히는 미국 보수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 이탈표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공공종교연구소(PRRI)에 따르면 2016, 2020, 2024년 대선에서 백인 복음주의자 10명 중 약 8명꼴로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이들은 미국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하지만 투표율이 매우 높아 선거에서 전체 투표자의 약 20%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퓨리서치센터가 이날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트럼프 2기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트럼프에 대한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지지율은 78%였지만 이번 달에는 58%로 20%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개신교 신도들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58%에서 39%로 하락했다.
라이언 버지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는 CNN에 “트럼프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38%가 백인 복음주의자”라며 “(공화당은) 복음주의자 표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중간선거 어려움 인정한 속내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판세가 어렵다고 인정한 배경에는 공화당의 위기감을 드러내면서도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꾸준히 현직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중간선거에서 불리하다는 역사적 흐름을 강조해 왔다. 이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이를 자신의 정책 실패가 아니라 미국 정치의 구조적 특성으로 책임을 분산하려는 계산일 수 있다.
더불어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위험하다는 현실을 강조함으로써 공화당 내부와 유권자들의 결집을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할 경우 트럼프의 인사 지명과 행정부 조사에 대한 의회의 견제력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 지위 상실 가능성에는 미리 대비해 왔지만 최근 상원에서도 경합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상·하원이 모두 어렵다고 인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 선거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나서게 하고, 멀어졌던 유권자의 민심을 한데 모으기 위한 노림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화당 패배·민주당 승리가 한국에 미칠 영향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가장 먼저 예상되는 변화는 국제유가다. 민주당은 현재 이란 전쟁 종식을 주요 선거 의제로 삼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민주당이 전쟁 예산, 군사 권한 통제를 강화해 정부의 전쟁 지속 능력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이란 전쟁이 수습 국면에 들어가) 국제 유가가 내려가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대미 관세 협상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합의한 조선업 협력 등 대미 투자 패키지가 재검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대북 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민주당이 트럼프식 ‘거래 중심’ 외교가 아닌 동맹을 중시해 온 만큼, 한미 동맹의 결속력을 흔들면서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다.
동시에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면 주한미군 감축인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대해 청문회와 예산을 통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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