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험서 6발 모두 명중…수출 관문 통과
3D 프린팅 추진체 개발 협력…현지 생산도 모색
2024년 미국 하와이 해역에서 열린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림팩·RIMPAC). 미군이 주관한 시험에서 한국산 유도로켓 ‘비궁’이 발사됐다. 무인수상정에서 쏜 로켓 6발은 모두 표적을 명중시켰다. 미국의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한 비궁이 이번에는 미국 방산기업과 추진체계 공동개발에 나섰다. 이미 성능을 인정받은 무기를 다시 개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는 14일 미국 방산 스타트업 파이어호크와 비궁 추진체계 개발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 방산전시회(AUSA)에서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력 대상은 비궁의 핵심 구성품인 추진체계다. 파이어호크는 3차원(3D) 프린팅을 활용한 고체 로켓 추진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기존 제조 방식보다 생산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추진체계 개발을 마친 뒤 후속 양산과 추가 협력 가능성을 검토한다.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공동 마케팅과 홍보 활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비궁의 성능을 처음부터 다시 검증하기보다 미국 현지 생산 기반과 공급망을 확보해 미군 조달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美 시험서 6발 모두 명중…무인수상정서 성능 입증
비궁은 해안으로 침투하는 적의 소형 고속정과 공기부양정 등을 정밀 타격하기 위해 개발한 지름 2.75인치(약 70㎜) 유도로켓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을 주도했고 LIG D&A가 생산한다.
이 무기의 특징은 발사 후 별도의 지속적인 유도 없이 표적을 추적하는 ‘발사 후 망각’ 방식이다. 발사대가 한 표적에 계속 매달리지 않아도 돼 여러 표적에 대응하기 유리하다.
미국은 일찌감치 비궁의 성능에 관심을 보였다.
비궁은 2019년부터 미국 국방부의 해외비교시험(FCT)에 참여했다. FCT는 미국이 동맹국의 우수한 무기와 기술을 평가해 자국의 개발·획득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프로그램이다.
비궁은 2019년 국내에서 진행한 시험에서 10발을 모두 명중시켰다. 이어 2024년 7월 하와이 해역에서 실시한 최종 시험에서도 6발을 발사해 전부 표적에 명중시키며 FCT를 통과했다.
특히 최종 시험에는 무인 표적 탐지와 위성통신, 무인수상정 탑재 로켓 발사 등을 결합한 무인화 작전 개념을 적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무인수상정의 군사적 가치가 확인된 가운데, 비궁은 무인수상정에 정밀 타격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다만 FCT 통과가 곧 미군의 구매를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려면 미군의 작전 요구조건과 예산, 생산 능력, 공급망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美 방산 스타트업과 손잡은 이유…3D 프린팅 추진체 주목
이번 협력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파이어호크의 고체 로켓 추진 기술이다.
파이어호크는 로켓에 들어가는 고체 추진제를 3D 프린팅으로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통적인 주조·경화 방식에 의존하는 로켓 모터 생산을 개선해 제조 기간을 단축하고 공급망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 육군 관련 사업을 통해 재블린과 스팅어급 로켓 모터를 모사한 시험체의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다. 해당 시험에는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추진제를 사용했다.
미국이 이런 기술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미사일 생산 능력 확대라는 과제가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7월 미국 방산 스타트업들이 자동차와 에너지 산업의 기술, 3D 프린팅 등을 활용해 기존 무기 생산의 병목현상을 해결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파이어호크 역시 미국 오클라호마주 로턴에 3D 프린팅 추진제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회사는 이 시설을 통해 미국 내 고체 추진제 공급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LIG D&A가 파이어호크와 손잡은 것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이미 시험에서 정밀 타격 능력을 입증한 비궁에 미국 기업의 추진체 생산 기술을 결합하면 현지 공급망 확보와 향후 양산 협력에 유리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LIG D&A는 지난 4월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번 협약도 비궁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후속 행보로 볼 수 있다.
백형식 LIG D&A 해외사업부 부문장은 과거 한미 양국이 협력해 개발을 추진한 비궁을 다시 미국 기업과 함께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윌 에드워즈 파이어호크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력이 군수품 생산 능력 확대와 고체 로켓 모터 기술 발전이라는 두 과제를 연결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협력은 추진체계 개발을 위한 협약 단계다. 비궁에 3D 프린팅 추진제를 실제 적용할지, 미국에서 언제 양산할지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결국 비궁의 다음 과제는 시험장에서 입증한 명중률을 실제 미국 시장 진출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번 협력의 성패도 추진체계 개발 성과와 후속 생산·조달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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