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화물선이 공격받아 침몰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싱가포르 해양항만청은 싱가포르 선적 화물선 GFS 프라이드호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아 파손된 후 침몰했다”며 “선원 21명 전원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GFS 프라이드호로 추정되는 배가 침몰하면서 배에 실려 있던 컨테이너들이 바다에 빠져 있다. 일부 컨테이너가 충돌과 화재로 손상되면서 컨테이너 내부의 화물이 고스란히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와 관련해 인도 해외 언론은 “호르무즈 해협의 바다 위에 애플 아이폰을 담은 상자와 향수 등의 화물이 둥둥 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이 물품을 건지기 위해 소형 보트를 타고 접근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침몰한 선박에는 컨테이너 약 2500개가 실려 있었으며 여기에는 고급 향수와 아이폰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실제로 발사체에 의해 침몰한 선박에 어떤 물품이 실려 있었는지와 그 규모 및 구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침몰한 GFS 프라이드호의 적재 능력은 표준 컨테이너 2824개 규모”라며 “침몰 당시 실제 적재량이나 구체적인 화물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 “GFS 프라이드호, 기뢰와 충돌” 주장싱가포르 당국은 해당 선박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아 파손됐다고 설명했지만 이란 측 주장은 다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GFS 프라이드호의 침몰 장면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개하며 “한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허가받지 않은 항로를 통과하던 중 기뢰에 부딪혀 침몰했다”고 밝혔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의 비영리단체 이란핵반대연합의 선임고문인 찰리 브라운은 CNN에 “이 배의 침몰은 매일같이 이어진 상선 공격에 이어 사태가 위험한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란은 기뢰를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무인기(드론) 공격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왔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호르무즈 해협에서 15건의 공격이 발생했으며 이 중 11건이 최근 4일간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내 상선 공습 빈도를 높인 배경에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의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추진한 것 역시 유가 안정을 위한 노림수다.
미국 안팎에서는 장기화하는 이란 전쟁으로 치솟은 유가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오만만과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협까지 공격 범위를 확대하며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약점을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날 뛰는 후티 반군, 더 불안해진 트럼프 입지이란과 연계된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격도 미국의 유가 안정 구상을 흔들고 있다.
이란의 대리 세력 중 하나이자 ‘저항의 축’으로 꼽히는 후티 반군은 최근 사우디의 항구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정유 시설을 연이어 공격했다. 또 홍해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을 피해 홍해로 원유 수출 경로를 돌린 사우디의 우회로마저 불안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대후티 대응에 동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후티 반군이 매우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며 “이란의 지시에 따라 미국 선거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가 끝난 뒤에도 나는 이 자리(대통령직)에 있을 것이며, 후티의 행동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중간선거 승패와 무관하게 대통령직에 있는 자신이 후티를 향한 보복 공격을 명령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후티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있는 킹 칼리드 국제공항 등 주요 시설을 잇따라 타격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 공군이 운용하던 유럽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를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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