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휴전’을 두고 미국과 극한의 갈등을 겪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제한은 끝났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제한은) 끝이다. 더는 참을 수 없다고 군에 말했다”며 “오늘 저녁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으로 또 사람들이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는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미국이라는 강력한 파트너를 잃고 있다. 배신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휴전을 발표한 이후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를 좋아한다는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고 존경한다”며 “그에게는 20년, 30년, 40년씩 장기 집권하며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매우 강력한 존재로 비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에 거듭 불쾌감을 표시하며 “미국 없이 전쟁을 계속하기는 매우 어렵겠지만, 유럽이 뭉치면 러시아를 상대로 더 강해질 수 있다”면서 유럽의 지속적인 지지를 강조했다.
우크라, 러시아 정유시설 공습 재개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이 됐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하루 만에 대미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러시아의 정유시설 공격을 재개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 남동쪽 라쟌 지역에 있는 정유시설을 공격했다. 해당 시설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가 소유한 곳으로 러시아 전체 정유 처리량의 약 5%를 담당하는 곳이다.
라쟌 지역 당국자들은 해당 정유시설이 드론 69대와 플라밍고 순항미사일 4발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발전소 등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갈등 원인으로 꼽히는 ‘에너지 휴전’은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에도 상당한 차질을 유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휴전’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은 뒤, 우크라이나에서는 스페이스X의 상업용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속도에 제한이 걸리면서 드론 운용과 병참 등에 제동이 걸렸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FT에 “우크라이나 군사위성의 속도를 떨어뜨린 스타링크 문제는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지”라며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미국은 해당 의혹을 부인했으나,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스타실드(군사용 스타링크) 시스템의 속도·사용에 대한 모든 제한은 미국 군 당국과, 최종적으로는 미국 대통령(POTUS)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샌드위치’ 된 유럽, 젤렌스키에 수위 조절 요청한편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날 선 발언이 이어지자 유럽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에 자제를 당부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FT는 15일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오는 16일 브뤼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 수위를 낮출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 관계자는 FT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 해도 이를 반드시 공개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다”며 “16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비공개 회담을 할 예정인 EU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발언 수위를 낮추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15일 저녁 브뤼셀에 도착해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차례로 양자 회담을 했다.
투스크 총리는 회담에 앞서 SNS에 “친애하는 우크라이나 친구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분명히 말하지만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려 러시아의 거센 공세와 미국의 압박 등 전방위적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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