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11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산불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웃 국가까지 덩달아 대기질이 악화하며 고통을 겪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15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에 이어 동티모르도 인도네시아 산불로 인해 짙은 연무가 유입돼 사흘 동안 휴교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산불이 맹위를 떨치며 발생한 유독성 연기가 인접국으로 확산하며 동티모르는 아이들을 실내에 머물게 하거나 외출 시에는 호흡기 보호 장비를 착용할 것을 촉구했다. 동티모르 정부는 “현재 대기질을 고려할 때 학생과 교사 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휴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도 딜리에 사는 소냐 다 코스타 소아레스는 AFP에 “최근 대기 오염이 매우 심각했다”며 “태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대기질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악화해 심각한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 수도 쿠알라룸푸르는 대기 오염이 극에 달해 도시 전체가 뿌연 회색 연무에 갇혔다. 특히 지난 9일부터 4~6일간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한 주요 주에 전면 휴교령이 내려져 200만명 이상의 학생이 학교에 가지 못했다.
인접 국가인 싱가포르도 고층 빌딩이 짙은 연무에 갇혔다. 싱가포르는 최근 미세먼지 관련 의료비 보조금 지급과 주민들에게 N95 마스크 배포도 시작했다. 여기에 싱가포르는 산불을 유발한 인도네시아 기업을 상대로 자국의 오염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유독성 연무가 확산하자 인도네시아는 드라이아이스라는 이례적인 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번 드라이아이스 살포 시험은 남수마트라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실시되고 있다”면서 “우선 결과를 관찰하고 효과가 있다면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늘에 드라이아이스를 살포하는 이 계획은 도시를 뒤덮은 연무를 강제로 흩어지게 만들어 가시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드라이아이스는 일시적으로 연무 층을 깨뜨려 가시거리를 넓혀줄 수는 있으나 연기 자체를 차단하거나 불을 끄지는 못하는 일시적인 처방책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부 기업이나 농민들이 건기에 농장 부지 개간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고의로 토지를 태우다가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올해에는 ‘슈퍼 엘니뇨’라는 역대급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을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이 2015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보통 10월이면 비가 내리는 우기가 시작돼 불이 꺼져야 하지만, 엘니뇨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완전히 메말라 가뭄이 서너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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