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확인 전 우편투표 분리·개표 보류 요구
트럼프 임명 판사도 의문…항소법원, 긴급 개입 거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민권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캘리포니아주 유권자 2만여 명의 우편투표 개표를 막으려다 항소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도 정부 요구의 법적 근거에 의문을 제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제9연방항소법원은 26일(현지시간) 법무부의 긴급 개입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연방정부가 1심 법원에 사안을 검토할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 심리는 27일로 예정돼 있다.
법무부는 지난 15일 캘리포니아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국토안보부와 조사한 결과 주 유권자 명부에 시민권자가 아닐 가능성이 큰 사람이 2만여명 등록돼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제출한 우편투표가 있다면 다른 투표지와 분리하고, 시민권을 확인하기 전까지 개표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명단에 오른 2만여명 모두가 비시민권자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우편투표를 제출한 사람이 몇 명인지도 정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임명 판사도 “법원에 권한 있나”
앞서 25일 열린 심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마크 베넷 판사가 항소법원이 이 단계에서 개입할 관할권이 있는지 거듭 물었다. 1심 판단도 나오기 전에 항소법원에 긴급 명령을 요구한 절차가 적절한지 따진 것이다.
베넷 판사는 소송의 헌법적 근거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연방의회가 주의 선거 운영 방식을 변경할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대신 나설 수 있느냐는 취지였다. 비시민권자의 투표를 금지하는 형사법이 곧바로 주정부의 유권자 확인 방식까지 지시할 권한을 주는지도 쟁점이 됐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또 다른 재판부 구성원 패트릭 부머테이 판사는 비시민권자의 표가 집계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 측 우려에 상대적으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캘리포니아 “명단에 합법 유권자도 포함”
캘리포니아 측은 연방정부 명단의 정확성부터 문제 삼았다. ABC뉴스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당국은 명단 중 200명의 기록을 예비 검토한 결과 미국 출생으로 기재된 사람과 투표 이력이 없는 사람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법원에 설명했다.
셜리 웨버 캘리포니아주 국무장관도 법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유권자 등록 때 시민권 보유 사실을 선서하도록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연방정부가 부적격 유권자의 증거를 제시하면 검토하겠지만, 근거가 부족한 의심만으로 수천 명의 투표권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이 명단 속 유권자들의 시민권이나 법무부 요구의 적법성을 최종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항소법원은 우선 1심 심리를 거치도록 했으며, 우편투표 분리·개표 보류 요구를 둘러싼 다툼은 27일 심리에서 이어진다.
윤태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