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의 해상 패권을 전 세계에 과시했던 역사적인 여객선이 바다에 수장돼 ‘인공 어초’가 된다. AP통신 등 외신은 26일(현지시간) ‘SS 유나이티드 스테이츠호’가 11월 둘째 주 멕시코만 연안에 침몰당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 데스틴 해안에서 약 35㎞ 떨어진 곳에 수장될 운명인 스테이츠호는 향후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 어초로 재탄생해 스쿠버 다이버를 끌어모으는 관광 명소가 될 전망이다.
이 작업을 추진한 플로리다주 오칼루사 카운티 측은 “이번 조치는 환경과 관광 산업을 위한 특별한 자원을 창출하는 흥미로운 진전”이라면서 “스테이츠호가 우리 앞바다에 있게 되는 것은 세대를 이어갈 유산이자 역사적 가치를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플로리다주는 스테이츠호의 인공 어초화를 통해 전 세계 스쿠버 다이버, 낚시꾼,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막대한 경제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스테이츠호 침몰이 해양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물이 바다에 가라앉으면 물고기들에게 완벽한 은신처이자 산란장이 되고, 선체 표면에 미생물과 플랑크톤이 달라붙기 시작하면서 황폐했던 바다에 거대한 먹이사슬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스테이츠호는 선체 내부의 연료, 독성 물질, 표면의 벗겨진 페인트 및 석면 성분 등을 완전히 제거하는 환경 정화 작업을 거쳤다. 과거 플로리다주는 이미 멕시코만 일대에 20개가 넘는 대형 선박을 성공적으로 침몰시켜 인공 어초화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수장될 운명인 스테이츠호는 1952년에 취항한 미국 해운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빠른 초호화 정기 여객선이다. 길이는 약 302m로 타이태닉호보다 컸으며 승객과 승무원 약 3000명이 탑승할 수 있다. 또한 당시 항공모함급에 맞먹는 24만 마력의 힘으로 최고 시속 약 71㎞를 찍은 기록이 있다. 특히 1952년 7월 첫 항해에서 3일 10시간 40분 만에 대서양을 횡단했는데, 역사상 가장 빠른 여객선 기록으로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남아있다.
이처럼 미국의 가장 위대한 여객선으로 불리며 17년 동안 대서양을 호령했던 스테이츠호는 그러나 제트 여객기에 밀리며 결국 1969년 공식 퇴역했다. 그러나 화려했던 스테이츠호의 ‘말년’은 비참했다. 주인이 끊임없이 바뀌며 전 세계를 떠돌다 1996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으나 필라델피아 부두에 수십 년 간 방치되며 녹슬어갔다. 또한 부두 소유주와의 장기적인 임대료 미납 등으로 고철 해체라는 최악의 운명 직전 플로리다주 오칼루사 카운티가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인공 어초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됐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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