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인근 비행 중 이상 발생…선회 유지하다 기체 손상
소련에 비행 경로 미리 통보한 정보 수집 임무도 소개
미군 정찰기 조종사가 북한 영공 침범을 피하려다 기체 손상을 감수한 경험을 공개했다. 비행 중 이상이 생겼지만 북한 쪽으로 향하지 않도록 선회를 유지했다는 회고다.
미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초음속 정찰기 SR-71 ‘블랙버드’ 조종사 출신인 애덜버트 ‘버즈’ 카펜터 미 공군 예비역 대령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카펜터가 기억하는 사건 시점은 1978~1979년쯤이다.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선회하던 중 공기흡입구 관련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체를 수평으로 돌려야 했지만 그렇게 하면 북한 영공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교적 문제를 피하려고 선회를 유지했다. 기체는 손상을 입었고 한국 내 미 공군기지에 착륙해 정비를 받아야 했다. 인터뷰에는 정확한 발생일과 착륙한 기지명은 나오지 않는다.
빠르게 날아도 급선회는 어려웠다
SR-71은 음속의 3배가 넘는 속도로 비행하는 장거리 전략정찰기다. 미 국립공군박물관이 제시한 최고 속도는 마하 3 이상이다. 조종사와 정찰체계 운용요원 등 2명이 탑승해 임무를 수행했다.
빠른 속도가 자유로운 기동을 뜻하지는 않았다. 카펜터는 고속 비행으로 기체가 가열·팽창하면 기동에 더 큰 제약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무리하게 조종하면 기체가 변형될 수 있어 비행 경로를 치밀하게 계획해야 했다.
한반도 정찰에서는 DMZ를 따라 비행하며 북한의 방어 태세를 살폈다. 카메라뿐 아니라 전자장비로 레이더 등의 신호를 수집했다. 카펜터는 자신이 북한 상공을 직접 비행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소련에 비행 경로 알려준 이유
적국이 정찰기를 발견하도록 유도한 임무도 있었다. 카펜터는 소련 인근 비행을 마치고 일본 오키나와에 착륙한 뒤 미 국가안보국 관계자에게 예상 밖의 설명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미국 측이 더 정밀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전날 소련에 그의 비행 위치와 시간을 미리 알렸다는 내용이었다. 소련이 정찰기에 대응해 레이더 등을 가동하면 그 반응을 수집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는 당시 관계자에게 들었다는 카펜터의 증언이다. 북한 인근 비상 비행 일화 역시 이번 인터뷰에서 전한 개인의 회고로 구체적인 작전 기록까지 제시되지는 않았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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