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에 수도 모스크바를 노린 테러 공격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러시아 정보기관은 미국에 감사함을 표했다.
AFP 통신은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모스크바 남부 차리치노 박물관 보호구역에서 공격을 계획한 혐의로 러시아 국적의 미성년자 남성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전날 성명을 내고 “차리치노 박물관 보호구역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위협을 인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대응을 위해 적절한 러시아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현장 방문을 피하고 주변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며 군중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차리치노 박물관은 모스크바 남부에 있는 옛 황실 궁전과 공원으로 현지 주민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이후 러시아 당국은 차라치노 박물관 보호구역 내 예정된 문화 행사를 취소하고 주변 경계를 강화했다. 박물관과 공원 단지는 한때 폐쇄되고 출입도 제한됐다.
FSB는 수색 작전을 통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미성년자 남성을 체포했다.
FSB에 따르면 용의자는 얼굴을 가리는 복면과 모자, 고글을 착용하고 자동소총으로 보이는 물체를 든 사진을 틱톡에 게시했다. 그는 차리치노 박물관에서 촬영한 사진에 “장소를 찾았다”는 문구를 달았고 신나치주의 관련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한 사실도 확인됐다.
체포된 미성년자 용의자의 거주지에서는 온라인 게시물에 등장한 것과 유사한 의류와 장비가 발견됐다. 또 틱톡과 텔레그램에서 과거 테러 공격과 대량 살인 등 폭력 행위에 관한 다수의 검색 기록도 확인됐다.
다만 러시아 당국은 구체적인 공격 계획이나 실제 무기 보유 여부,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FSB는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 측이 제공한 정보를 통해 사건을 파악했다”며 “정보를 제공한 미국 측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정보 제공이 러 당국의 실제 대응으로 이어진 사례미국이 러시아에 주요 정보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24년 3월 7일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대규모 집회 장소를 겨냥한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했다. 약 보름 후인 같은 달 22일 밤 8시쯤 이슬람국가 호라산지부(ISIS-K)의 공연장 테러로 최소 140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러시아 매체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테러가 발생하기 사흘 전 FSB 회의에서 해당 경고와 관련해 “(서방 기관의 테러 경고는) 노골적인 협박과 우리 사회를 겁주고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의도를 연상시킨다”고 말하며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실제 테러가 발생하자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FSB가 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테러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받았지만 해당 정보가 너무 ‘일반적’이어서 범행을 저지른 이들을 특정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콘서트장을 겨냥한 공격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했음에도 러시아 보안 당국이 이를 막지 못한 것은 푸틴 정권의 안보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미국 대사관은 단순한 일반론이 아니라 모스크바의 대규모 집회와 콘서트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경고했다”며 “당시 미국 정보당국은 실제 테러 위협과 관련된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정보 공유 사례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미러 양국의 ‘경유 딜’, 스타링크 속도 제한, 에너지 휴전 등을 두고 갈등을 겪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미국의 사전 경고에도 2024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를 막지 못했던 러시아가 이번에는 미국 측의 정보 제공 이후 테러 모의 용의자를 구금하면서, 향후에도 이 같은 정보 공유가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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