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러시아가 첨단 방공 시스템 지원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란 고위 관리는 “이란이 오랫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요청해 온 S-400 방공 시스템과 관련해 러시아가 마침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전날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으로 보낸 친서에서 무기 공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을 전달한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이날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과 이고르 코스튜코프 러시아 군사정보국(GRU) 국장이 배석했다.
당시에는 회담의 세부 의제나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텔레그래프는 이란 고위 관리를 인용해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전한 서한의 핵심 요구 사항은 무기 공급이었다”며 “러시아와 이란을 연결하는 새로운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은 최근 러시아와 여러 차례 무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란의 안보 담당자들은 미국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같은 나라들과 전략적 관계, 특히 군사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권고안을 마련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권고안은 방공망 및 미사일과 드론 전력 강화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S-400 방공 시스템 확보는 이란의 국방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기존 방공망이 파괴된 데다,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 지도자를 비롯한 주요 지도자들이 암살되면서 자국 영공과 핵시설을 방어할 능력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러시아, 방공망 대신 헬기 탑재형 발사대 공급”다만 러시아가 이란의 요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정유 시설과 공군 기지·기타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방공망이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이란이 최첨단 방공 시스템을 요청하더라도 러시아가 이를 지원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가 이란에 최신형 방공망 대신 미사일 발사를 위한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민간 정보기관인 댈러스 애널리틱스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이용했던 정밀 유도 미사일 LMUR(이즈델리예 305)를 위한 헬리콥터 탑재형 발사대 90대를 이란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발사대는 러시아제 Mi-28 공격헬기에 장착해 정밀 유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사용된다. LMUR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해 온 공대지 유도 미사일이다.
이란은 앞서 2023년 러시아제 Mi-28 공격헬기 최소 6대의 도입 계약을 추진했고 지난 1월 테헤란 항공 시설에서 해당 헬기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러시아가 발사대를 공급할 경우 해당 헬기에서 LMUR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매체 유나이티드24는 “이번 계약은 러시아와 이란 간의 지속적인 군사 협력을 반영한다”며 “이란은 과거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샤헤드 공격 드론을 러시아에 공급하고 러시아 내 샤헤드 드론 생산 시설 설립을 지원한 바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푸틴은 이란에서 손 떼고 있다” 했지만…러시아와 이란의 이러한 협력은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이란을 돕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을 돕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이란을 돕는다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며 “만약 돕고 있다고 해도 그 수준은 미미할 것이지만, 나는 그들이 전혀 돕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9일에도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이란에서 손을 떼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란 문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을 돕지 않으리라고 믿는다”며 “만약 그들이 개입한다면 매우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하미드레자 아지지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문제 선임 분석가는 지난달 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에 “러시아가 이란에 미군 기지 정밀 타격을 가능케 하는 군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군사 기술 협력을 통해 무기 체계 성능 개선도 지원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보란 듯 이란과 밀착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달 19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이날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을 연달아 만났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이란과의 전략적 협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여러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이란과의 경제·투자 협정 이행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며 “양국 간 포괄적 협력을 강력하게 발전시킨다는 공동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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