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패트리엇 미사일의 고갈로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5일과 8일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로 날아온 러시아의 탄도 미사일을 단 한 발도 요격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지난 5일 러시아는 키이우를 향해 탄도미사일 24발, 대함 미사일 4발, 드론 115대를 발사했다. 이 중 드론 98대는 격추했으나, 미사일은 단 한 발도 요격하지 못했다. 또한 8일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6발이 그대로 키이우의 목표물에 떨어져 3명이 사망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뻥 뚫려 있는 셈으로, 이는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패트리엇 미사일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FT는 “모스크바가 겨울철을 앞두고 공격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방어 체계의 치명적인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이번 공격으로 키이우에서는 올여름 초 러시아 영토 내 장거리 타격을 통해 얻었던 우위가 겨울이 오기 전에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처럼 요격 미사일 부족이 심각해지자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는 요격에 실패한 미사일 수를 공개해 국민 우려를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 X에 “우리 국민을 위한 더 많은 보호가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우크라이나의 파트너 국가들이 추가 방공망 제공을 지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패트리엇, SAMP/T, NASAMS, 호크 요격 미사일, F-16 전투기까지 이 모든 무기는 이곳 우크라이나에 있을 때 도움이 되지, 러시아 공격에서 수천 ㎞ 떨어진 창고에 놓여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SAMP/T는 유럽판 패트리엇, NASAMS는 미국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한 중거리 방공 체계인데, 한마디로 동맹국들에 당장 필요한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이와 반대로 러시아는 탄도미사일 생산과 사용을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HUR) 부국장 바딤 스키비츠키는 러시아군이 7월에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의 수가 사상 최대인 198발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가 한 달에 탄도미사일 약 60발을 생산하고 있으며, 7월에는 최소 65발을 생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젤렌스키 대통령이 패트리엇 등 요격 미사일을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현재 우크라이나 도시의 피해는 물론 다가오는 겨울철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초토화 공습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이 문제가 겨울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전력 및 난방 공급 중단으로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최악의 생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량의 10%만 있어도 러시아의 모든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있으며 5%면 우크라이나가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가 가진 것은 1%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1%에서 5%로 늘리기 위해 몇 달 동안 수백만 통의 전화를 했다”면서 “이것이 매일 나의 삶이다. 미사일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교환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앞서 지난 9일 그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부족한 방공 시스템 분야에서 한국의 지원을 받고 싶다”며 “한국에 법적 제약이 있지만 우리는 이런 협력을 기대하고 있고 양국의 외교관들이 접촉 중”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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