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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방비 1.7배나 쓰는데…후티에 쩔쩔매는 사우디의 굴욕, 이유는? [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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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주민들에게 피신 권고
-美 첨단 무기 쥐고도 후티 반군에 10년 넘게 휘둘려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의 외면에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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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9월 7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배포한 사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예멘 하드라마우트주의 알와디아 군사 기지로 군사 장비를 싣고 가던 트럭들이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는 모습이라고 후티 측은 주장했다. 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 군사비로 한국 국방비의 약 2배를 쓰고서도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는 15일(현지시간) 이슬람 성지 메카와 무역항 제다, 휴양 도시 타이프 등 세 지역에 비상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것을 권고했다. 사우디가 예멘 정부군을 대리해 예멘 내전에 개입한 뒤 처음 나온 조치다.

지난 2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뒤 사우디는 주요 원유 수출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에 빼앗겼다. 대체 항로인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후티에 장악당했다. 후티는 사우디 영토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송유관과 정유 시설까지 타격하며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동을 대표하는 석유 부국이자 천문학적인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사들여 온 사우디가 이란과 그의 대리 세력에 사실상 포위돼 쩔쩔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의 전투 능력 어느 정도?사우디는 미국의 첨단 무기를 대거 사들여 운용해 왔다. F-15SA 전투기와 사드·패트리엇 미사일 방어 체계, M1A2S 에이브럼스 전차, MH-60R 시호크 해상 작전 헬기 등의 미국산 무기가 무기고를 채우고 있으며, 이도 모자라 지난해에는 미국과 1420억 달러(한화 약 194조원) 규모의 방산 협력 패키지에도 합의했다.

사우디가 지난해 지출한 군사비는 823억 달러(약 112조 3600억원)로 한국 국방비 478억달러의 1.7배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비율도 사우디가 6.5%로 한국(2.6%)의 2.5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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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예멘 후티 반군이 열병식에서 P-15 루베즈 대공 미사일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mmy.ye 제공


후티 반군이 아무리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군사 규모로는 사우디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우디는 10년이 넘게 후티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심지어 후티 반군은 정규 공군·해군도 갖추지 못한 채 사우디를 상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과거 사이먼 헨더슨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사우디는 이론적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췄지만 실제로는 종이호랑이”라며 “공군의 전과는 저조하고 지상군의 방어 수준은 참담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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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예멘 후티 반군이 열병식에서 모히트(Mohit)라고 불리는 개조된 S-75 지대지 미사일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mmy.ye 제공


이러한 평가의 배경에는 무기의 양적·질적 수준이 해당 국가의 군사력과는 별개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비싼 첨단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도 훈련이 부족하거나 사기가 저조할 경우 재래식 무기를 앞세운 비정규군에게도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 전 의장을 지낸 야코프 나겔은 지난달 예루살렘포스트에 “사우디는 막대한 무기와 돈을 가지고 있지만 군사적으로는 ‘하루를 버텨내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사우디의 문제는 가장 정교한 장비와 항공기, 정보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힘을 지상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 지휘부의 무능과 부패도 문제사우디군의 지휘 체계와 인사 시스템이 군사적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데이비드 B.로버츠 교수는 지난 3월 자신의 논문에서 “사우디는 왕실에 충성하는 인사를 지휘관으로 임명하는 방식이 능력주의적 인사와 충돌한다”며 “특정 부족·가문에 군대의 지위를 배분하며 군 내부의 훈련을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정책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사우디의 주요 군사 기관의 수장은 왕족들이 장악하고 있고, 진급과 보직에서도 전투 성과보다는 왕실 혈통이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사우디 국방장관은 칼리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자로, 현 국왕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친동생이다.

국방부의 실질적인 군사 지휘 라인을 통제해야 하는 합참의장은 왕족이 아닌 파야드 빈하메드 알루와일리가 맡고 있지만, 국가방위군은 초대 국왕 압둘아지즈의 손자 세대에 해당하는 왕족인 압둘라 빈 반다르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자가 국가방위군 장관직을 맡고 있다.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의 외면후티의 공격에 포위된 사우디의 또 다른 고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후티에 대한 군사 행동을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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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1월 18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양자 회담을 가진 뒤 손을 맞잡고 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댄 샤피로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이미 이란 전쟁에 대응 중인 데다 과도하게 확장된 해군력, 줄어드는 탄약 비축량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새로운 전선을 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놀랍지 않다”며 “사우디 측에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라트니 전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는 “사우디가 미국과의 안보 동맹에 막대한 투자를 해 온 이유는 바로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현재 사우디는 정말 좌절해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이란과의 직접 대화도 모색했으나 성과는 제한적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국가와 이란 간 회담이 당초 지난 14일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전날(13일) 밤 갑작스럽게 연기됐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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