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역외 영토와 국경을 맞댄 리투아니아가 친러시아 성향 인접국 벨라루스에서 연결되는 지하 터널 12곳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BNS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마르티나스 카텔리나스 리투아니아 내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의회 보고에서 지난 4~8월 벨라루스 국경 지하를 관통하는 터널 12곳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리투아니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부쩍 늘어난 이주민들을 막기 위해 지상 국경의 철책을 높이는 등 통제를 강화해 왔다. 리투아니아 당국은 지상 통로가 막히자 신종 밀입국 루트를 만들기 위해 국경 지하를 관통하는 땅굴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카텔리나스 장관은 “국경 안보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며 “국경 지하를 뚫은 터널이 불법 입국의 새로운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현지 언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지하 통로는 물리적 장애물 아래 약 1.5m 깊이에 파여 있었고 통나무와 판자로 보강된 모습이다. 또 다른 터널은 벨라루스 영토에서 리투아니아 영토로 약 5m 깊이까지 뻗어 있었다.
길이가 약 11m 정도인 또 다른 터널 주변에서는 쌓인 흙과 통나무, 건설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양동이 등도 확인됐다.
이러한 지하 터널들은 벨라루스 영토에서 국경선으로부터 약 4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시작하여 리투아니아 영토 깊숙이 이어져 있었다. 터널 내부를 조명한 결과 벨라루스 쪽 입구는 위장막으로 덮여 있었다.
터널 10여 곳 중 상당수는 완공되지 않은 상태였던 만큼 이를 통해 불법 이민자 등이 리투아니아 영토로 들어오지는 않은 것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현지 언론은 “당국이 필요한 절차를 모두 마친 뒤 해당 지하 통로를 모두 흙으로 덮었다”며 “이 지하 통로들은 벨라루스에서 리투아니아로 외국인들을 침입시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러·벨라루스가 유럽에 외국인 ‘침투’ 시키려는 이유러시아와 벨라루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국가에 꾸준히 이주민을 침투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핀란드의 경우 나토에 가입한 이후 제3국 국적자가 적절한 여행 서류를 갖추지 못한 채 러시아를 통해 국경에 도착하는 일이 잦아졌다. 핀란드 당국에 따르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핀란드 국경을 통과한 이주민은 1000여 명 규모다.
핀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이들을 국경으로 유인했다고 비난해 왔다. 이주민을 ‘비군사적 수단을 활용한 작전’(하이브리드 작전)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핀란드 당국은 러시아가 이주민의 이동을 유도해 자국의 국경 관리와 망명 제도에 부담을 주고, 사회·정치적 혼란을 키우려 한다고 보고 있다.
유럽판 ‘만리장성’ 등장핀란드는 이주민을 활용한 러시아의 압박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경 장벽이 필요하다고 결정하고 2023년 12월 러시아 쪽 동부 국경의 모든 국경 통행로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7일 핀란드 정부는 “러시아와의 국경 일부 구간에 200㎞ 길이의 방벽 울타리가 완성됐다”며 “필요할 경우 앞으로 (200㎞ 구간을 넘어선) 추가 구간을 건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공개된 방벽은 길이 200㎞의 울타리로, 수십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높이 4.5m의 울타리, 첨단 기술을 적용한 감시 시스템, 부대의 신속한 이동을 위한 도로망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리 란타넨 핀란드 내무장관은 “(울타리는) 국경 안보의 한 부분”이라며 “러시아와 맞닿은 국경에 대한 감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사람들이 핀란드 영토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핵심 우방국인 벨라루스와 맞닿은 국경에 철제 장벽과 철조망, 열화상 카메라와 각종 전자 감시 시스템을 갖춘 대규모 국경 방벽을 설치했다.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이주민을 국경으로 유도하는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발트 3국 중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역시 러시아뿐 아니라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국경 방벽 건설에 적극 나섰다.
리투아니아는 벨라루스와 칼리닌그라드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국경 감시와 물리적 차단 시설을 대폭 강화했고, 라트비아 역시 러시아·벨라루스의 드론 침입과 군사적 위협, 이주민 유입 등을 복합적인 안보 문제로 여기고 국경 방어 시설을 강화하는 추세다.
러시아와 약 340㎞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스토니아도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유사시 국가 안보의 최전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경 감시와 방어 시설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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