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운용 경험 반영한 개량형…드론 위협 대응·승무원 보호 강화
K9 기반 차체에 새 장비 결합…시험 통해 성능 검증 예정
한국 K9의 차체를 바탕으로 만든 폴란드 자주포가 다음 단계의 진화를 준비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운용해온 ‘크라프’의 개량형 ‘크라프2’다. 탄약 장전을 자동화하고 방호 장비를 보강해 화력과 생존성을 함께 높이는 방향이다.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는 5일(현지시간)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24에 크라프 개량형의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장 시험과 함께 시제품·양산 전 단계 차량을 이용한 사격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시작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크라프는 폴란드 업체 후타 스탈로바 볼라(HSW)가 생산하는 155㎜ 궤도형 자주포다. 한국의 차체 기술과 폴란드의 포탑·포병체계를 결합했다. HSW는 한국 차체를 자국 크라프 포탑에 맞게 적용했다고 설명한다. 완성된 K9을 그대로 도입한 것과는 개발 방식이 다르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부터 크라프를 운용했다. HSW도 같은 해 우크라이나에 자주포 54대와 지원 차량 등을 공급하는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전장에서 쌓인 운용 경험은 개량형 개발의 배경이 됐다.
포탄 장전 자동화…화력과 승무원 보호 함께 개선
크라프2의 핵심 변화는 자동 장전이다. HSW는 개량형에 완전 자동 장전 장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사람이 반복하던 장전 작업을 기계에 맡기는 방향으로 포탑을 바꾸는 것이다.
개량 계획에는 더 높은 압력을 견디는 포신도 포함한다. 사거리를 늘리기 위한 변화지만, 최종 성능 수치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원격 조종 무장과 다중 분광 연막탄 발사기도 적용할 예정이다.
원격 조종 무장은 승무원이 차량 밖으로 몸을 내밀지 않고 주변 위협에 대응하도록 돕는다. 연막 장비는 적의 관측과 조준을 방해하는 수단이다. 더 멀리 쏘는 능력에 더해 공격받을 위험을 줄이는 장비도 보강하는 셈이다.
다만 시험 준비와 성능 검증은 구분해야 한다. 자동 장전 장치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새 장비가 실제 운용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앞으로 확인할 과제다. PGZ는 사업의 기밀성을 이유로 세부 시험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 차체로 시작한 협력…개량형 48대 주문
크라프2는 개발 구상에만 머무는 사업은 아니다. 폴란드는 2024년 12월 크라프 96대를 주문하면서 절반인 48대는 기존 구성으로, 나머지는 개량형으로 공급받기로 했다. HSW가 공개한 계약상 납품 기간은 2027~2029년이다.
한국과의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4월 2억 8000만 달러(약 3800억원) 규모의 크라프 차체 부품 공급 계약을 발표했다. 계약에는 엔진과 변속기를 묶은 동력 장치도 포함하며, 공급 기간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다.
양사는 2024년 체결한 협력 의향서에서 크라프·K9 부품의 제3국 수출과 기술 협력 확대도 논의했다. 한국 차체를 폴란드 무기에 적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크라프2의 다음 관문은 시험이다. 한국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차체에 새로운 장전·방호 장비를 결합한 만큼, 각 장치가 함께 작동할 때의 신뢰성을 입증해야 한다. 전장에서 얻은 교훈을 실제 성능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이번 개량의 핵심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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