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조원 투자 약속에도 美 공습 지원 거절
공항 연쇄 피격·미국인 사망에 참전 검토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약 1300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며 관계 강화에 나섰지만, 정작 군사적 위기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직접적인 공습 지원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예멘 후티 반군의 공항 공격으로 미국인 사망자까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개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후티의 공세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안보와 경제 구상까지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미국에 약 1조 달러(약 13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후티를 상대로 한 미군의 직접 공습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1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루 두 차례 전화해 후티 공격을 요청했다. 당시 후티가 홍해 입구의 전략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으로 진격하자 미군의 개입을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청을 거절하고 정보·표적 자료 제공에만 동의했다. 사우디가 같은 달 중순 다시 군사 개입을 요청하자 미 중부사령부는 공습 방안까지 마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공격을 보류했다.
공항 네 차례 피격…방공호 갖춘 궁전 오가는 빈살만
미국이 직접 개입을 피하는 사이 후티는 사우디의 핵심 기반 시설을 잇달아 공격했다.
지난 10일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겨냥한 공격으로 최소 13명이 숨지고 300명 이상이 다쳤다. 사망자에는 미국인 1명도 포함됐다. 11일에도 공항 제4터미널에 발사체가 떨어져 1명이 추가로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공항은 닷새 동안 네 차례 공격을 받았다. WSJ는 터미널 2곳의 지붕 일부가 무너졌으며, 승객들이 피가 묻은 바닥을 지나 대피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고 전했다.
후티의 공격은 빈살만 왕세자의 신변 안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WSJ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그가 방공호를 갖춘 경비가 삼엄한 궁전들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당국은 왕실 시설과 에너지 기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방공포대를 재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 공격을 막을 요격미사일 재고도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적 부담도 커졌다. 후티는 사우디의 동서횡단 송유관과 정유 시설에 이어 국제공항까지 공격했다. 이로 인해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해 온 관광·투자 유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사우디 재무부는 이란 전쟁에 따른 경제적 충격 등이 겹쳐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3.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美 사망자 나오자 참전 검토…중간선거 앞 확전 부담
이런 상황에서 미국인까지 희생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사우디의 후티 공격에 미국이 동참할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게 “그럴 수도 있다.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공격 사실을 방금 알았다며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미국인을 포함한 민간인 희생을 초래한 후티의 공격을 강하게 규탄하고 사우디와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공습을 결정하기까지는 부담이 적지 않다.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까지 앞두고 있다.
후티에 대한 직접 공격이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지면 국제 원유 수송에 추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유가 상승과 중동 분쟁 확대를 우려하는 미국에도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거듭된 요청에도 후티에 대한 직접 공격을 피해 왔다. 그러나 공항 연쇄 타격과 미국인 사망으로 상황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군사적 결정을 내려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직접 공습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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