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 “AK-12 소총에 중국산 불법 부품 사용”
-불량 부품 다수, 한화로 6억원 넘는 피해액 발생
-중국산 부품 적극 활용해 온 러시아
러시아의 대표적인 군사장비 제조업체 고위급 인사가 소총 제작에 중국산 부품을 국산이라고 속이고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러시아 언론 코메르산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방산업체 칼라슈니코프 콘체른의 전직 고위 구매 담당 임원이 중국산 AK-12 소총 부품을 국내산 부품으로 위장 공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한창이던 2023년 당시 칼라슈니코프는 5.45㎜ AK-12 소총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외부 공급업체로부터 합법적으로 반제품을 필요로 했다. 반제품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부품 소재나 중간 가공품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사업가 알렉세이 모로호프는 칼라슈니코프와 계약을 맺고 해당 부품 제조를 맡았다. 초기 시험 생산분은 입고 검사를 통과했으나 향후 납품된 부품들은 러시아 기술 도면을 사용해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조사 결과 칼라슈니코프와 계약을 맺은 모로호프의 회사는 주문을 받은 반제품 8만 4000개를 생산할 만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으나, 칼라슈니코프 측과 130만 달러(한화 약 17억 4000만원)이 넘는 계약을 맺었다.
러시아 검찰은 칼라슈니코프가 모로호프의 회사를 통해 AK-12 소총 제작에 사용하기 위해 들여온 부품들이 대부분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부품들은 ‘나사 너트’ 물품으로 분류돼 러시아로 조달됐다. 무기 관련 부품의 실제 용도를 감춘 채 제품을 조달·반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모로호프 등은 계약상으로 러시아 내 생산·납품을 약속했지만 관계자들은 중국 기업 두 곳과 별도로 제조·조달 계획을 체결한 혐의로 체포됐다.
칼라슈니코프는 두 차례 선적을 통해 각각 2775개, 1만 4414개의 부품을 인수했지만 첫 번째 납품분에서는 819개, 두 번째 납품분에서는 2861개의 불량이 확인됐다.
수사 당국은 중국에서 제작된 부품 중간재가 계약상 품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제품이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계약으로 인한 칼라슈니코프의 피해액은 약 3780만 루블(약 6억 120만원)로 추산됐다.
코메르산트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외국산 부품 사용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며 “외부 업체를 통한 조달은 계약상 허용됐지만, 수사당국은 계약에서 약속한 생산 방식과 실제 조달 경로가 달랐고 품질 기준에도 미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칼라슈니코프의 전 구매·물류 담당 이사 크세니야 그라셴코바는 국방 조달 계약 수행 과정에서의 권한 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며 “모로호프를 비롯한 다른 관련자들도 대규모 사기와 무기 부품 밀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부품 적극 활용해 온 러시아칼라슈니코프 AK-12 소총의 부품 논란은 중국산 부품을 국산으로 속이고 납품하면서 발생했지만 러시아가 군수 물품에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2024년 9월 러시아의 가르피야-A1 공격용 드론에 중국산 엔진이 사용됐으며 일부 엔진이 산업용 냉각장치로 표시돼 러시아에 반입됐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러시아의 탐사 전문 매체 디 인사이더는 같은 해 러시아의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킨잘 미사일, 오를란 무인기 등과 관련된 부품 조달 기록을 조사한 결과,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홍콩의 중개업체를 통해 제재 대상 전자 부품이 러시아 생산업체에 유입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더불어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공습에 대량 투입하는 제트 추진 드론의 엔진도 중국에서 도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5월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게란-4는 중국산 터보제트 엔진으로 구동된다”고 전했고, 영국 군사 전문 매체 제인스는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DIU)의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가 중국 텔레플라이(Telefly)사의 터보제트 엔진을 게란-4 드론에 장착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26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운용하는 제트 드론의 발전은 중국에서 생산된 엔진 덕분”이라며 “해당 공장은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텔레플라이이며 드론에 사용되는 소형 터보제트 엔진 제품군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엔진을 품은 러시아의 게란-4 드론의 순항 속도는 500㎞/h에 달한다.
전직 미국 재무부 관계자인 케리 비트소프는 WSJ에 “과거 샤헤드 계열 드론의 제작은 서방 부품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서 “현재는 중국이 이런 부품과 기술을 더 잘 생산하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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