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취재 도중 밴스 측 호출…자리 떠난 뒤 복귀 안 해
경질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 주선한 비서실장에 의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들과 인터뷰하던 도중 부통령 측의 호출을 받고 자리를 떠난 뒤 경질된 사실이 알려졌다. 취임 닷새 만에 물러난 케이티 재커라이어 전 대변인의 마지막 근무 상황이 공개되면서 백악관 내부 권력 다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오후 1시 직전 재커라이어는 백악관 서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WSJ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앞으로 대변인실을 운영할 계획을 설명했다. 특히 자신이 이끄는 직원들을 교체할 생각이 없다며 조직의 단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터뷰 도중 트럼프 대통령의 선임 고문 제이슨 밀러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밀러는 JD 밴스 부통령을 언급하며 “부통령이 잠깐 얘기하자고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재커라이어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고 인터뷰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WSJ는 그가 이후 백악관 대변인직에서도 물러났다고 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들에게 재커라이어에게 업무를 계속할지 다시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는 재커라이어를 걱정했다며 대변인 업무가 그에게 적합한지 의문을 나타냈다.
닷새 만에 끝난 임기…첫 브리핑부터 자격 논란
재커라이어는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12일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튿날 진행한 첫 공식 브리핑은 1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WSJ에 따르면 그는 브리핑을 하루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첫 기자회견 일정을 통보받았다. 정부 정책과 예상 질문 등을 담은 자료집도 브리핑 당일 아침에 전달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변호사 자격 논란까지 불거졌다. 재커라이어는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자신을 변호사로 소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임명 당시 그를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재커라이어는 시험에 떨어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법학 학위를 바탕으로 법률 분석 업무를 수행했으며 관련 표현을 사용해도 된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이은 방송 출연에서도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준비가 부족한 인물을 지나치게 서둘러 대변인 자리에 앉혔다는 불만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질 전날 인터뷰 주선한 비서실장…‘의도된 공격’ 의혹
재커라이어의 초고속 경질을 둘러싸고 백악관 내부의 인사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나탈리 하프(35) 대통령 보좌관이 재커라이어의 발탁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하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커라이어를 신임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마리아 바티로모를 대변인으로 기용하려 했지만, 바티로모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재커라이어는 지난 8일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 DC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고, 이튿날 대변인직을 제안받았다. 그러나 백악관 핵심 참모들은 인선 발표 직전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재커라이어의 경질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와일스 실장과 대니엘 앨버레즈 백악관 공보 담당자가 경질 전날인 15일 재커라이어의 폭스뉴스 출연을 주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진행자 숀 해니티는 당시 방송에서 재커라이어의 첫 브리핑과 변호사 자격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폴리티코에 익명으로 발언한 한 관계자는 이 인터뷰를 사실상 ‘의도된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와일스 실장은 당초 재커라이어의 대변인 임명을 선호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인선을 결정한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 경질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와일스 실장 자신도 최근 교체설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러한 배후설을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반박했다. 폭스뉴스 역시 해니티가 인터뷰 대상과 질문을 직접 결정하며 와일스 실장 등은 섭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커라이어는 경질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그는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그를 친절하고 훌륭하며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함께 일한 것은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재커라이어가 다른 역할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밴스 부통령의 호출이 직접적인 경질 통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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