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美행정부 고위 인사들, 과거 EMP 위협 강조”
-관련 단체 “EMP 공격에 美 10명 중 9명 사망할 것”
-“이란이 EMP 공격 가능한 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했는지 불분명”
미국의 보수 성향 활동가와 정치인들이 과거 이란의 EPM(전자기펄스) 공격을 심각하게 우려했지만, 지난 8개월간 이란 전쟁을 치르는 동안에는 이를 전쟁 수행의 근거로 내세우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어떻게 전력망을 마비시킬 핵폭탄에 대한 공포를 키웠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0여 년간 미국의 보수 성향 활동가들이 핵폭탄 한 발로 미국인을 직접 살상하지 않고도 미국 사회를 황폐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확산해 왔다”며 “이러한 주장은 이란과의 전쟁을 지지하는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JD 밴스 부통령,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 등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도 과거 EMP 공격이 미국의 전력망과 사회 기반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위협을 강조해 왔다”고 덧붙였다.
EMP는 핵폭발 등으로 발생한 강력한 전자기 에너지가 전자기기와 전력·통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고고도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면 광범위한 지역의 전자장비와 전력망이 손상될 수 있다.
NYT는 “약 8개월간 이란과의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미국 정부는 군사작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EMP 위협을 공개적인 전쟁 수행의 근거로 내세우지 않았다”며 이는 해당 주장과 과학적 근거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EMP 공격 받으면 미국인 10명 중 9명 사망할 것”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중인 2019년 EMP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고고도 핵폭발이 미국의 전력망을 파괴하고 주요 기반시설을 무력화해 국가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핵폭발은 지상에서 사람들을 직접 살상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전자기 에너지를 발생시켜 지상의 전자장비와 전력 시스템을 손상시키는 방식으로 피해를 일으킨다. 전력 공급이 장기간 중단되면 통신, 금융, 식량 공급 등 다른 사회 기반시설에도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란의 EMP 공격 우려는 2008년 이란이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뒤 더욱 커졌다. 이후 미국에서는 이란의 EMP 공격 위협을 알리는 단체까지 등장했다.
뉴욕주에서 낙농업을 하는 헨리 슈워츠는 친이스라엘 성향의 정치적 입장을 바탕으로 EMP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EMP액트 아메리카’ 단체를 설립했다.
해당 단체는 이란이나 테러 단체가 만든 초보적인 핵폭탄만으로도 미국에 치명적인 EMP 공격을 가할 수 있으며 전력망과 공급망이 무너지면 폭동과 전염병, 기근, 자경단의 폭력 등이 확산해 미국 인구의 최대 90%, 3억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설립자인 슈워츠는 2013년 워싱턴에서 열린 EMP액트 행사에서 “미국이 이란을 막기 위해 군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이란의 EMP 공격은 우리 문명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직 국방부 관리인 프랭크 개프니 역시 2009년 EMP액트의 첫 대규모 행사에서 “(이란의 EMP 공격이 현실화하면) 미국인 10명 중 9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행사에는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마이크 현 주이스라엘 대사도 참석했다.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EMP 위협을 적극적으로 알린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14년 이라크전에 함께 참전했던 데이비드 벨라비아와 함께 ‘미국의 안보와 이란 핵폭탄’이라는 행사에 참석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당시 미국 보수 성향의 정치·시사 잡지 ‘내셔널리뷰’에 보적인 이란의 EMP 무기만으로도 미국이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이 밖에도 밴스 부통령은 2024년 전력망의 대형 변압기와 같은 핵심 설비가 이란 EMP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EMP 위협론에 불을 지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미국 보수 활동가들과 정치인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란의 EMP 공격과 그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EMP 공격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도 “실제로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그러한 공격을 성공시킬 능력을 갖췄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전문가들은 미국 전역의 전력망을 광범위하게 마비시킬 정도의 EMP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핵무기의 종류와 위력뿐 아니라 폭발 고도, 지구 자기장과의 관계, 우주 기상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며 “이란이 그러한 공격에 필요한 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전직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핵무기 전문가 스티븐 영거는 NYT에 “워싱턴의 사람들을 겁주는 것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꼬집었다. EMP 위협을 과장해 정치권의 공포를 자극하면 국방 예산이나 관련 사업 확대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NYT는 “미국의 핵심 정책 결정자들이 오랫동안 강조해 온 위협과 과학자들이 평가하는 실제 공격 가능성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관련 안보 정책의 기술적 근거와 군사적 실효성이 계속 쟁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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