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에콰도르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가톨릭 신부가 사망에 대해 언급하자마자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비극이 발생했다.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공교로운 발언을 두고 “안타까우면서도 믿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에콰도르 언론에 따르면 사고는 전날 에콰도르 과야킬 중남부에 있는 성당에서 발생했다. 파트리시오 알프레도 산체스 몰리나리(53) 주임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을 때였다. 몰리나리 신부는 강론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곳에 있는 우리도 모두 언젠가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하느님과 형제자매들, 남편과 아내, 자녀들, 가족에게 바치는 소중한 시간, 그 시간이 바로 가장 가치 있게 사용된 시간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말을 마친 몰리나리 신부는 성찬례를 준비하려 했다. 불의의 사고는 이때 발생했다. 제단 뒤쪽 벽에 설치돼 있던 대형 십자가가 느닷없이 몰리나리 신부 쪽으로 떨어진 것. 십자가는 미처 피하지 못한 신부의 머리를 강타했다. 몰리나리 신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당시 미사는 소셜 미디어(SNS) 라이브 방송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영상을 보면 사고를 목격한 신자들은 비명을 지른다. “신부님! 신부님!”이라고 몰리나리 신부를 부르는 외침, “빨리 구급차를 불러주세요”라는 다급한 고함도 들린다.
몰리나리 신부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과야킬 대교구는 “주임 신부로 봉직한 사랑하는 몰리나리 신부가 하느님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 아버지의 집으로 떠나셨음을 알려드린다”고 성명을 내고 몰리나리 신부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몰리나리 신부의 사망이 확인되자 온라인에선 그의 마지막 발언에 관심이 집중됐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발언을 한 지 불과 2분 만에 몰리나리 신부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몰리나리 신부의 마지막 강론을 유언으로 삼아 마음에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마리아라는 이름의 한 여성 네티즌은 “하느님과 가족에게 바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면서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호세피나라는 여성 네티즌도 “되돌아보니 그간 휴대폰과 TV에만 시간을 바쳐왔다”면서 “가치 있는 삶을 살도록 일깨워준 몰리나리 신부의 강론처럼 앞으론 가족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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