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의 해상봉쇄와 경제제재를 뚫고 최소 20억 달러(한화 약 2조 6740억원)에 달하는 군수물자와 군사·민간 겸용(이중용도) 물품을 수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은 29일(현지시간) “이란이 2025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과 러시아, 독일,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폭발물과 로켓 연료 원료, 항공기 부품, 산업용 기계 등을 수입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기 생산시설이 파괴된 후에도 관련 물자 반입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란 은행 기록과 기업 등록 자료, 수입 기록 약 1만 9000건을 분석하고 아런 국방군수부(MODAFL) 산하 조직 5000여 개를 확인했다. 그 결과 해당 조직 수천 개는 국방부를 뜻하는 ‘MOD’와 고유번호를 조합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동일한 테헤란 주소지에 등록돼 있었다.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해외 중개업체와 유령회사 등을 활용해 미사일·드론 제조에 필요한 원료와 부품 등을 수입하고 서방의 대이란 제재를 우회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이 국방부와 연계된 군수·금융·조달 조직 5000여 곳을 동원해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고 군수 물품을 동원해 온 셈이다.
특히 ‘MOD 346428’이라는 조직은 조사 기간 23억 달러(약 3조 750억) 규모의 물품을 수입했다. 여기에는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로 개조할 수 있는 이탈리아 이베코 트럭 435대와 중국산 티타늄 93t, 폭발물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 등이 포함됐다.
로이터는 “이란의 국방부 연계 조직들은 해외 중개인과 유령회사 등을 활용해 외국에서 군수물자와 산업용 장비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며 “이들은 제재를 피해 해외에서 판매한 원유의 수익금을 활용해 물품을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 거주하는 중개인들이 외국 은행에 보관된 자금으로 물품을 구입한 뒤 이란으로 운송하는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실제 최종 구매자인 이란 군사기관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여러 해외 업체와 중개회사가 동원됐다”고 덧붙였다.
자금 결제 방식도 일반적인 국제 거래와 달랐다.
로이터가 검토한 수입 거래 가운데 97%는 ‘통화 이동 없이’ 결제됐다. 국경을 넘는 외환 송금 없이 해외에 보관된 자금을 이용해 거래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는 제 금융기관의 감시와 제재 탐지 시스템에 포착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방식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은행 자료에서도 조직망의 자금 규모가 확인됐다. 2024년 말 기준 36개 조직이 보유한 외화 예금은 약 12억 달러(약 1조 6000억원)에 달했다. 나머지 조직들이 보유한 현지 통화 잔액도 약 18억 달러(약 2조 4000억원)로 집계됐다.
미국 재무부에서 대이란 제재 프로그램 설계에 참여했던 미아드 말레키 전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에 “조직망의 이러한 자금은 현재 분쟁과 그 이전 수년 동안 이란 정권의 군사적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며 “이란 군사 무역 사업의 완전한 생태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해상 봉쇄도 뚫고 수입 지속로이터 통신의 이번 보도는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후 미군의 해상 봉쇄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군수 물자를 꾸준히 수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이터는 “지난 2월 28일 전쟁이 시작된 뒤 이란의 군수물자 월간 수입 규모는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이후 5월부터 수입 규모가 다시 증가했다”며 “이란은 러시아에서 카스피해를 가로지르는 화물선과 중앙아시아에서 육로로 이동하는 트럭, 중국에서 출발하는 화물 항공기 등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한 거래도 확인됐다.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구매한 물품 가운데 2700만 달러(약 360억 7200만원) 규모가 UAE산으로 기록됐으며 대부분 해상 운송을 통해 들어왔다. 가장 최근 확인된 UAE발 선적은 2026년 6월 27일이며 전자제품으로 신고된 물품이었다.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유럽연합(EU) 국가들로부터의 수입도 기록에 포함됐다. 독일 등 EU 국가에서 생산된 것으로 기록된 트럭과 항공기 엔진 부품, 전자제품의 수입 규모는 수억 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이베코 트럭은 3400만 달러(약 454억 2400만원) 규모였다.
다만 로이터는 “수입품 가운데 상당수가 민간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어 모든 물자가 실제 무기 생산에 투입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확인된 5000여 개의 조직 역시 개별적으로 서방 정부의 제재 대상에 지정됐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이란의 경제적 자금줄을 차단했으며 제재 집행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란 정권이 강력한 제재를 회피하고 군사·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며 외화를 확보하려는 절박한 시도를 계속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항상 ‘10수’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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